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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단상

미로 ::헤라클레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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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와중에도 시곗바늘은 유유히 제 자리를 찾아 떠나가고, 그 뒤를 망연하게 좇는 짙은 그림자만이 손에 쥔 책 — 『예술의 정원』 루시아 임펠루소 — 안에서 서성인다. 이탈리아 중부 티볼리에 있는 빌라 데스테(Villa D’Este)를 헤매다 마주한 갈림길 앞에서, 어느 길이 선이고 악일지를 가늠해 본다. 참으로 신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 마침 여기에 이렇게 쓰여 있다. "그 길은 알 수 없는 자연과 비밀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자연과 영혼에 대한 지식을 추구하는 길이다."(p.69) 미지를 향한 불안과 두려움을 뒤로하고 발을 내딛는다. 네 개의 미로와 십자가 모양의 파고라 돔을 지나며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선택을 소리 없이 칭송한다.

 

생각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괴롭다. 정원 곳곳에 숨겨진 신의 암시를 찾으러 지그시 눈 감고 미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신의 가호를 갈망한다.

 

 

 

The Villa and gardens in 1560–1575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Villa_d%27E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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