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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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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수수께끼 같은 좀머 씨

 

 

 

『좀머 씨 이야기』는 나무타기를 좋아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소설이다. 사시사철 똑같은 배낭과 지팡이를 들고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내딛는 수수께끼 같은 좀머 씨. 그런 그를 꿈속에서 조차 마주할 정도로 소년은 좀머 씨에게서 호기심을 느낀다. 그러나 소년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좀머 씨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이후, 나무를 타며 하늘을 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 여겼던 어린 시절을 통과한 소년은, 더 이상 나무에 기어오르는 일이 없어질 만큼 성장했다. 그 무렵 우연히 호수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좀머 씨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조용히 지켜만 본다. 훗날 사람들은 사라진 좀머 씨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만, 소년은 절규의 목소리로 자신을 놔두라던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침묵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 p. 35

 

 

 

『좀머 씨 이야기』에서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나를 좀 놔두시오'도 아니고, '나를 제발 놔두시오'도 아니며, '나를 그냥 놔두시오' 도 아닌!! 무려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다. 그 탓인지 좀머 씨의 진저리 치는 절망스런 몸짓과 성난 목소리가 생생하게 그려질 만큼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그리고 새삼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감탄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소설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그의 은둔자적 삶에 대해서도 잘 알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좀머 씨의 그 한마디는 자신 안에서 견고하게 응어리져 있던, 그러나 차마 세상 사람들을 향해 내뱉지 못한 그 한마디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대책없이 순진무구했던 동심을 추억하면서. 그런 면에서 『좀머 씨 이야기』는 그 시절의 자신을 잠시나마 꺼내어 보게 하는 즐거움을 안긴다. 특히나 꼬마 니콜라의 열렬한 팬으로서 장 쟈크 상뻬의 그림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도 기뻤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글은 치우침 없이 상황을 일정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냉철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므로 그의 글에는 긴장감이 있고, 흥미진진함이 있다. 그게 내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사랑해 마지않는 이유기도 하고.

 

 

 

 

 

좀머 씨 이야기 - 10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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