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모든 사람들,
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을 비판하는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편견처럼 무서운 게 없다. 그래도 개인이 가진 편견은 스스로가 자각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편견이라면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사회의 의인이 아닐 수 없다.
소설 속 화자의 아버지이자, 흑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로 등장하는 애티커스 핀치가 그러하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스카웃(화자) 또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채득하고 속박된 여인이기보다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인이길 희망하고 또 그렇게 성장해 나간다.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래들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p. 525
생각해보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친다면 결코 성숙한 인간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하겠다. 흔히들 말하는 입장 바꿔 생각해 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듯.
스카웃이 바라보던 부 래들리 아저씨네 집은 항상 저편이었다. 그러기에 언제나 저편의 부 래들리 아저씨가 서 있을 수밖에. 하지만 소설 말미, 스카웃은 정신적으로 성숙하며 비로소 부 래들리 아저씨네 집 앞에서 자신이 항상 서 있던 이편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그곳이 불변의 이편이 아닌 지금의 저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의 시대 배경인 1930년대나 그 훨씬 이전에는 편견이 존재했다. 그리고 2015년인 오늘과 먼 미래에도 여전히 편견은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건, 그런 편견을 걷어 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나'이기를 바라고 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이기를 희망한다는 데 있다.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문예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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