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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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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 톤 텔레헨 | arte 예민하고, 겁 많고, 생각은 더 많은 고슴도치가 내미는 작은 손 조금 외로워도, 조금 불안해도, 그런대로 조금은 행복한 이야기 자신의 가시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고슴도치는 온종일 침대 및 어둠 속에 머무르며 그곳만이 제일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실은 몹시 외롭다. 고심 끝에 숲 속 다른 동물들을 초대하는 편지를 써 보지만, 걱정 많은 고슴도치는 아무도 초대에 응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차마 보내지 못한다. 그저 머릿속으로 초대받은 여러 동물들의 방문을 상상할 뿐이다. 나는 이상해. 겁을 주고, 외롭고, 자신감도 없어. 내겐 가시만 있어.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와주길 원하면서 또 누군가 오는 걸 원하지 않아… 나는 대체 어떤 동물이지! - p.148 난 혼자가 편해, 라고 말하..
안녕 주정뱅이 | 권여선 | 창비 절망과 구원을 동시에 노래한 시 같은 소설 행과 불행이 혼재된 일상 안에서 술은 때때로 삶을 좀먹기도 하지만, 내일을 살게도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 이런저런 이유들로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술을 마신다.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서 술을 마신다는 행위는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살아감의 장면들을 통해 일상 속 우리의 삶을 반추한다. # 01. 「봄밤」 자신은 온통 분모 뿐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수환은 영경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존재감을 지닌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을 하면서도 독한 주사까지 맞으며 멀쩡한 척, 영경의 외출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외출의 목적이 술을 마시기 위함이고 그것은 그녀의 몸을 더 망치고 말 것임을..
ふつうな私のゆるゆる作家生活(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益田ミリ | 文春文庫 마스다 미리가 말하는 작가로 산다는 것!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로 시작된 작가 마스다 미리와의 인연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네모 반듯한 컷 속에 담긴 간결한 그림과 이야기가 소소한 웃음을 주고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리라. 어찌 보면,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무척이나 사소하고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외려 그 점이, 그 현실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 중심에 놓인 수짱 캐릭터를 아낀다. 이번에 만난 책은 저자가 도쿄로 상경해 작가가 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담은 자전적 만화다. 여러 편집자들을 마주하면서 맞닥뜨렸던 이런저런 상황들을 되짚거나, 그때에 스쳤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 놓는 식이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내키지 않음에도 이곳저곳 기웃대는 모습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김남주 | 푸른숲 촛불은 시이다. 이제 시를 다시 읽는다. 미래를 위해서…… 시를 읽으면서, 어떤 상황 하에 목격하고 마주했던 부조리와 불합리, 불가해한 것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 안에 내외적인 요인들로 침잠해 있던 어떤 슬픔이나 불안, 억압 등의 다소 어두운 면면을 끄집어냈다.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희망적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지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여오는 듯했던 이유였다. 옥중의 시인 역시 그랬지 않았을까. 고 김남주 시인은 일찍이 브레히트 ∙ 아라공 ∙ 마야콥스키 ∙ 하이네의 시들을 읽고 번역하면서 자기 나름의 길을 찾았다고 했다. 모든 게 제한된 옥중에서의 이들 시와의 만남은 부정한 것들로부터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처한 시련을 이겨내겠다는 자기 수양의 한..
문맹 | 아고타 크리스토프 | 한겨레출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쌍둥이 형제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 모든 인간 군상이 악착같다. 삶을 붙들고자, 때로는 벗어나고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이리라. 각자의 가슴에 품은 욕망과 좌 byeolx2.tistory.com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있기까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이야기 모국어 대신 적어(敵語)로 살아가야 하는 삶을 알지 못한다. 그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가늠해볼 따름이다. 그러나 그 조차 쉽지 않음을 느낀다. 이방인으로서 살아야 하는 삶이 동반하는 고독과 편견, 상실을 떠올리자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기야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감히 누가 그 무게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