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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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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한밤에 찾아온 불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 우리가 견디는 매일을 끌어안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 일상 속 미묘한 순간들이 있다. 떠밀려온 어떤 상황에 있는 자신을 얼떨한 채 자각하면서도 외려 이 찰나를 빌어 감춰 온 지난날의 기억, 그때의 감정을 발현시키고 마는 순간 말이다. 누군가는 폭발적으로 쏟아낼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무마시키고자 애써 마음을 억누를 것이다. “운명은 없다”(p.159)며 속절없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수도 있으리라. 모르는 체 외면할 수도 있고 “온종일 띄엄띄엄 생각”(p.126)할 수도, 아예 사로잡혀 어떻게든 이 일을 정리하고자 애쓸 수도 있겠다. 나는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매일이고, 삶의 민낯이라 여긴다. 레이먼드 카버의 열한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 (…) 내 단편들을 읽어주면 좋겠소.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이미 본 걸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거요. 전과는 다를 테니까. 이 책의 소용이 무엇이겠소. 내 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거든. 누구나의 생이 그런 것처럼 그저 슬플 뿐이오.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다는 것,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 우리들 삶의 순간들을 단편과 시 속에 붙잡아두고 시대를 거듭해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것 정도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나와 좀더 친밀해졌으면 좋겠소. 그렇게 내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랄 뿐이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가상 인터뷰 중에서 http://ch.yes..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사랑에 대해 말하다 단편소설은 호흡이 짧은 편이라 느슨하게 읽을 법도 한데, 짧은 글 안에 작가가 의도한 것을 압축해서 담았기 때문에 오히려 밀도가 높다. 그래서 어느 한 문장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을 만큼. 레이먼트 카버의 글들도 마찬가지였다. 표제작인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포함해 총 17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별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우리가 삶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사소하면서도 때로는 중대한 문젯거리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다소 지치고 절망적인 일상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그런 일상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내보인다는 점이 그의 글이 가진 매력으로 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