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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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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

 

 

 


(…)
 내 단편들을 읽어주면 좋겠소.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이미 본 걸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거요. 전과는 다를 테니까. 이 책의 소용이 무엇이겠소. 내 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거든. 누구나의 생이 그런 것처럼 그저 슬플 뿐이오.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다는 것,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 우리들 삶의 순간들을 단편과 시 속에 붙잡아두고 시대를 거듭해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것 정도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나와 좀더 친밀해졌으면 좋겠소. 그렇게 내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랄 뿐이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가상 인터뷰 중에서 http://ch.yes24.com/Article/View/20256]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소설, 그러니까 읽고 싶은 소설은 평범한 일상을 무대로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놓치는 것들, 미처 깨우치지 못한 것들과 마주하게 하는 유(類)이다. 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가려진 진실을 터득하는 순간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그런 의미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들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깃털들」, 「셰프의 집」, 「보존」 등 총 12편의 단편은 일상에서 흔하게 벌어질 법한 에피소드들 소재로 한다. 그렇기에 서로 비슷한 선상의 글들로 하나같이 묘하게 익숙한 느낌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징 없이 진부할 것만 같은 그 상황 이면에서 감지되는 레이먼드 카버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포착하는 데에 글을 읽는 참 묘미가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인간과 인간 삶을 향한 예리한 통찰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니까.

 

 

 

"이 사람아, 다 괜찮네." 그 맹인이 말했다. "난 좋아. 자네가 뭘 보든지 상관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오늘밤에도 내가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그가 말했다.    - 「대성당」 중에서 p.303, 304

 

 

 

표제작인 「대성당」 속 '나'만 봐도 그러하다. TV를 통해 대성당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어째서인지 맹인에게 그 형태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멀쩡한 귀가 있음에도 듣는 것이 영 신통치 않다. 어째서일까. 그에 반해 맹인은 눈으로 직접 볼 순 없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히려 '나'보다도 섬세하게 그리고 영리하게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고, 그만의 방식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 두 사람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는지, 지난날을 떠올리게 한다. 맹인의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 소설 속 '나'가 깊이 공감했듯, 나 또한 분명 얻은 게 있었다고 믿는다.

 

 

 

 

 

 

대성당 (무선) - 10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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