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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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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한밤에 찾아온 불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
우리가 견디는 매일을 끌어안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

 

 

 

일상 속 미묘한 순간들이 있다. 떠밀려온 어떤 상황에 있는 자신을 얼떨한 채 자각하면서도 외려 이 찰나를 빌어 감춰 온 지난날의 기억, 그때의 감정을 발현시키고 마는 순간 말이다. 누군가는 폭발적으로 쏟아낼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무마시키고자 애써 마음을 억누를 것이다. “운명은 없다”(p.159)며 속절없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수도 있으리라. 모르는 체 외면할 수도 있고 “온종일 띄엄띄엄 생각”(p.126)할 수도, 아예 사로잡혀 어떻게든 이 일을 정리하고자 애쓸 수도 있겠다. 나는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매일이고, 삶의 민낯이라 여긴다. 레이먼드 카버의 열한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진실의 순간을 매섭게 포착하고 있어 가슴 깊숙이 서늘함을 안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내가 방금 그녀에게 한 말, 온종일 띄엄띄엄 생각한 것, 뭐랄까, 어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은 듯한 느낌이다. 전에는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어떤 장소에 와버린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왔는지는 모른다. 이상한 곳이다. 그곳에서, 작고 해로울 것 없는 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가 죽음과 소멸에 관한 생각으로 나를 이끌었다.    - p.126, 127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10점
레이먼드 카버 지음, 정영목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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