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인 산문

(4)
계절 산문 | 박준 | 달 박준 시인이 보내는 계절 인사 시인이 건네는 이야기 안에서 계절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그것은 곧 우리가 보내온 계절을 향한 안부이기도 했고, 지금의 이 계절을 잘 보내겠다는 다짐과 그에 대한 격려이기도 했으며, 어느새 성큼 다가올 새 계절에 대한 은근한 기대이기도 했다. 어쩐지 이 계절의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p.95 「칠월 산문」 계절 산문 - 박준 지음/달
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 달 나 여기에 좀더 있으려고 해 일찍이 감탄해 마지않았던 『마음사전』의 ‘마음’ 낱말 정의가 한층 돋보였던 것은 시인 특유의 감수성과 예리한 통찰력에서 연유한다. 그렇기에 시인이 떠났던 여행에 뒤늦게나마 동행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모로 여행이란 감수성이 더해져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고 깊은 통찰력이 바탕돼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니, 시인의 여행길이 몹시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손에 넣은 여행 산문집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까닭인지 책장에 두고 어언 삼 개월이 흘렀다. 코로나(COVID-19)라는 전례 없는 어려움 속에 여행이 아득히 먼 일이 돼 버린 이유라고 치부하기에는 어찌됐든 나의 의지로 이 책을 손에 쥐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변덕..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난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시인의 눈을 좋아한다. 사람과 사물,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깃든 순수함과 때때로의 통찰을 신뢰한다. 최근 박준 시인이 펴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와 함께하면서 그의 눈이 좇는 세상을 한껏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가난이 있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었고, 죽음이 자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해 어느 지난날의 기억이 존재했다. 그것은 쉽사리 잊을 수 없어서 곱씹을 수밖에 없는 기다림과 초조, 상처와 아픔, 기대와 바람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산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가을에 만났던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가 그랬듯, 시인..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허수경 | 난다 그리움은 네가 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 지난달 초 허수경 시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고, 나는 때 이른 죽음이라고 혼자서 안타까워했다. 책장에 꽂혀 있던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꺼내어 몇몇 시들을 잠시 살펴보았는데, 애써 담담하지만 지독하게 쓸쓸해서 누군가에게 하다못해 허공에 대고서 라도 입을 떼야할 것 같은 절박함이 전해 왔다. 두 해 전 나는 그것에 대하여 계절의 탓이라고 했지만, 한층 내 안에서 공고하게 자리 잡은 외로움은 별안간 들려온 시인의 소식과 맞닿아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고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하염없이 그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한 감정에 내몰렸다. 요 며칠, 그런 시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