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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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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수수께끼 같은 좀머 씨 『좀머 씨 이야기』는 나무타기를 좋아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소설이다. 사시사철 똑같은 배낭과 지팡이를 들고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내딛는 수수께끼 같은 좀머 씨. 그런 그를 꿈속에서 조차 마주할 정도로 소년은 좀머 씨에게서 호기심을 느낀다. 그러나 소년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좀머 씨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이후, 나무를 타며 하늘을 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 여겼던 어린 시절을 통과한 소년은, 더 이상 나무에 기어오르는 일이 없어질 만큼 성장했다. 그 무렵 우연히 호수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좀머 씨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조용히 지켜만 본다. 훗날 사람들은 사라진 좀머 씨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만, 소..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됐던 건, 『향수』를 통해서였다. 도입부부터 정신없이 빠져들게 했던, 그래서 이 책, 그러니까 『깊이에의 강요』 마지막에 있는 짧은 에세이, 「문학적 건망증」에서 말하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향수』만큼은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단편 소설 3편과 에세이 1편으로 이루어진 얇은 책이기에 가볍게 생각하고 선 채로 표제작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쩜! 대학생활 내내 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그 이야기가 여기에 활자로 적혀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쓰인 글이 마치 방금 내 손을 거쳐 마지막 문장의 잉크 자국이 마르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꽤나 서늘한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예술가, 그러니까 창작을 ..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 차례의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광기 어린 천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삶을 그리고 있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빚어낸 그의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이 굉장히 속도감 있게 전개가 되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결말이 꽤 인상적이다. 그루누이가 자신이 만든 향수를 온몸에 뿌리자, 부랑자들이 몰려들어 그의 육신을 없앤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결말인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 특히나 혐오하는 대상에 조차 인정 받고자 하는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애처로움마저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