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 난다 32년 만에 증보하여 펴내는 시인 최승자의 첫 산문!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는 시인의 말에 폐부 깊숙이 찔린 기분이었던 것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강렬했던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과 이후의 『즐거운 일기』는 한동안 - 이라기에는 상당한 기간 동안 - 늘 내 가까이에 있었다. 가만히 돌이켜 보건대 그때의 나는, 나를 흔드는 바람과 애초에 그리 깊지 못했던 뿌리에 대한 감춰지지 않는 열패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데 필사적이었다. 말하자면, - 쥐어짜는 안간힘에 가까웠다고 생각하지만, - 내 나름의 저항이었다고도 생각된다. 그런 나날이어서 그랬을까. 그때에 만난 시인의 시는 호기롭게 다가왔다. 후련하고도 통쾌한 맛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유(類)의..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