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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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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 은희경 | 문학동네 '당신'의 몸과 마음을 관통하고 지나간 날실과 씨실의 흔적들 당신의 시간, 우리의 이야기 여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각기 처한 상황이나 배경 등이 전혀 달랐으니까. 하지만 점차 읽어나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여러 편에 걸쳐 등장하는 소위 없는 것 없이 잘 갖춰졌지만 어딘가 2% 부족한 신도시가 주는 공허한 이미지가 그랬고, 마주한 상황에 결정적인 문제는 없지만 겉돌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던 이유리라. 그리고 한 발짝 뒷걸음친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선 혹은 특유의 냉소 역시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마지막 글인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 세계사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9∙20 알려졌다시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작가의 경험에 토대를 둔 자전적 소설이다.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는데, 이 두 권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너무 아파서 평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을 끄적이는 일이 주저되는 부분이 있다. 그 시기를 겪지 않은 세대이기에 당시의 시대 상황과 감내해야만 했을 고통의 크기가 너무나도 막연한 탓도 있고, 감히 이해할 것 같다는 말로 가벼이 넘기기도 뭣한 까닭이다. 그러나 벌레를 벗어나기 위해 그 시간을 증언하겠다는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작가가 겪어냈던 질곡의 삶과 그런 아픈 시기를 이겨내고자 했던 처절한 몸부림만은 이 두 권 책을 통해 분명하게 기억하려고..
그 남자네 집 | 박완서 | 세계사 사랑이 사치가 되던 그 시절, 구슬 같던 첫사랑 이야기 『친절한 복희씨』라는 소설집을 보면, 「그 남자네 집」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다. 이미 박완서 작가의 장편 『그 남자네 집』을 읽었던 터라 읽으면서도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니 단편 「그 남자네 집」은 2002년 여름호『문학과 사회』에서 처음 발표했던 단편이고, 2년 뒤에 이를 기반으로 살을 붙인 동명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7년 출간한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에는 단편 「그 남자네 집」이 수록된 것이고. 『그 남자네 집』은 주인공이 사는 동네로 그 남자네가 이사 오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말하자면, 주인공과 그 남자는 서로의 첫사랑인 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단순히 첫사랑을 그린 소설로 치부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 문학동네 작가 신경숙이 들려주는 명랑하고 상큼한 유머, 환하게 웃다가 코끝이 찡해지는 스물여섯 개의 보석 같은 이야기! 스물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를 한데 묶은 거라, 부담 없이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 마음속으로 맞장구치기도 하고, 웃음 나는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기도 했으니까. 반대로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면서, 책 읽는 동안 정말 내가 달이라도 된 것처럼 작가의 따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지음/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