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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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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일상을 시로 바꾸는 데 있어서 보뱅을 따라올 자는 없다 “환희의 인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보뱅이 하고 싶었던 말, 그것은 말하자면 서문의 맨 처음에서 밝힌 “파랑에 대한 이야기”(p.17)일 것인데,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한 문장 앞에서 나는 그 아름다움에 홀려 한참을 서성였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보뱅이 뜻한 대로 문장들을 아주 천천히 좇아온 것일 뿐. 말하자면 유려한 문장이 나를 강하게 매혹하는 한편 계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세상의 온갖 미미한 것들, 하지만 쉬이 흘려보내선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아우성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의 문장이 조심스레 다루어지지 않으면 쉬이 깨져버리고 말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았다고 하면 조금 거창할까. ..
하나님은 보뱅의 뜻이었을까 크리스티앙 보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은 파티 드레스』를 읽고서 책과 독서, 글쓰기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에 매혹됐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순수한 문체가 마음을 동하게 했다. 그러므로 그의 또 다른 책을 알아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이 책 저 책 너저분하게 쌓아두고 방랑하며 읽곤 하는 지라, 이번만큼은 읽고 있는 책들을 모두 마치고 홀연한 마음으로 그의 새로운 글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한동안 책장에 고이 꽂아 두어야만 했던 『환희의 인간』을 오늘에서야 펼쳐 들었다. 마침 연휴 첫날 한가로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음마저 한결 느긋해져, 그야말로 독서하기 딱 좋은 시간.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첫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