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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환희의 인간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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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일상을 시로 바꾸는 데 있어서
보뱅을 따라올 자는 없다

 

 

 

“환희의 인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보뱅이 하고 싶었던 말, 그것은 말하자면 서문의 맨 처음에서 밝힌 “파랑에 대한 이야기”(p.17)일 것인데,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한 문장 앞에서 나는 그 아름다움에 홀려 한참을 서성였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보뱅이 뜻한 대로 문장들을 아주 천천히 좇아온 것일 뿐. 말하자면 유려한 문장이 나를 강하게 매혹하는 한편 계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세상의 온갖 미미한 것들, 하지만 쉬이 흘려보내선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아우성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의 문장이 조심스레 다루어지지 않으면 쉬이 깨져버리고 말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았다고 하면 조금 거창할까. 어쩌면 그것은 보뱅의 세계에 가닿기 위한 나의 안간힘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코 무용한 일이 아니었음을 나는 안다. 그로 인하여 “오늘 내가 본 사소한 것, 죽음의 모든 문을 여는 것, 바로 결코 멈추지 않는 삶”(p.19), 그 모든 것에 내재한 “푸르름”과 비로소 조우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한 인간으로서 삶의 궁극, 환희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단 한 편의 시라도 주머니에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읽고, 쓰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삼위일체다. 시는 불타는 돌들에 둘러싸인 침묵이며 세상은 별들에까지 이르는 차가움이다. 새벽 두 시, 여왕들은 죽고 나는 그들의 외침에 경탄한다. ‘항상 사랑하고, 항상 고통받으며, 항상 죽어가기를.’ 세상은 이 외침에 깃든 영감을 알지 못한다. 삶의 등불을 켜주는 이는 죽은 자들이다.    - p.84 「협죽도」

 

 

 

 

 

환희의 인간 - 10점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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