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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눈사람 여관 | 이병률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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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불가능한 슬픔을 쥐고 아낌없는 혼자가 되는 시간,
세상의 나머지가 세상의 모든 것이 되는 순간

 

 

 

세상에 나 혼자 우두커니 있음을 두려워하던 나날이 있었다. 그때 나는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그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었다. 믿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내 눈앞의 어둠이 전부여서 그 자리에 웅크리고 가만히, 그 어둠들을 삼키고만 있었다. 그렇게 어느 골방에서 한탄하며 무기력하게 표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그 순간을 외려 소중하게 보냈어야 했다. 어둠 속에서 한층 또렷하게 갈망하던 그 무언가를 위해 스스로를 다지고, 주변을 살폈어야 했다. 그러나 한참은 모자란 존재여서 무력하기만 했다.

 

문득 그때 이병률 시인의 시집 『눈사람 여관』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랬다면 외로움과 결부되어 있는 이 생을 깨끗이 인정하고 외려 세상의 나머지를 거슬러 받겠다는 호기라도 흉내 내 봤으려나, 상상해본다. 혼자가 되는 그 시간을 도리어 자신만이 가지는 힘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요령이 그때의 내게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둡고 차디찬 골방이라고 여겼던 어느 여관에서 다시금 머무는 날이 온다면, 그땐 그 시간들을 잘 보내 보려고 한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모두를 둘러싼 풍경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잠시 쉬어 갈 수 있길 바란다. 지금의 나는 그런 시간들이 때때로 필요함을 체득했고, 그것을 이 시집 속 시들을 통해 재확인한 듯하다.

 

 

 

 

 

 


모든 죽음은 이 생의 외로움과 결부돼 있고
그 죽음의 사실조차도 외로움이 지키는 것
그러니 아무리 빚이 많더라도 나는
세상의 나머지를 거슬러 받아야겠다

그러니 한 얼굴이여, 그리고 한 세기의 얼굴이여
부디 서로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조금만 끌어안고 있자

- p.115 「세상의 나머지」 중에서

 

 

 

 

 

눈사람 여관 - 8점
이병률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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