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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東京物語(스무 살, 도쿄) | 奧田英朗 | 集英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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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그해 봄, 나의 청춘은 시작되었다!”

 

 

 

1959년 생, 나고야 출신인 다무라 히사오의 청춘 이야기, 『東京物語, 스무살, 도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재수를 위해 도쿄에 상경했을 무렵부터 서른을 맞이하는 시점까지, 십여 년의 시간을 단 6일로 압축 구성한 소설이다. 그런 탓에 다무라 히사오의 일 년같은 하루는 꽤나 다사다난하고, 집약적이다. 학과나 계열 따위는 상관없이 나고야를 떠나 도쿄의 시티 보이가 되겠다던 패기, 첫차를 기다리며 밤새도록 술 마시던 대학 생활, 상큼한 레몬같이 싱그러웠던 같은 과 동기 에리와의 키스, 대학 중퇴 후 광고대행사에 입사했던 신광사에서의 고군분투 사회생활, 엄마의 속임수에 이끌려 나갔던 긴자 어느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요코와의 하루, 결혼을 앞둔 동료 오구라의 배챌러 파티까지. 1980년대 굵직한 사건사고와 맞물린 히사오의 하루 일과를 밟으며, 동시대에 청춘의 시기를 함께했을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즉, 히사오의 청춘 이야기를 넘어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은 우리에게도 청춘의 시기가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유다. 청춘의 본질, 그러니까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순수하고, 풋풋하면서도 담백했던, 용기와 설렘이 있고, 때론 망설임과 좌절도 있었지만, 늘 꿈과 열정 그리고 희망이 있던. 그러므로 히사오는 물론이고, 모리시타나 요코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수긍하고 공감하는 부분 또한 상당하다. 여기에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거침없고 유쾌한 문체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청춘소설을 대표할만한 걸작이 아닐는지. 

 

 

 


若いってえのは特権だ。
失敗がいくらだってできるっていう特権だ。  - p. 121

젊다는 건 특권이야.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다는 특권 말이야.

 

 

 

어느덧 서른을 목전에 둔 히사오. 십대의 마지막에서 학수고대 기다리던 스물과는 달리, 저물어가는 이십 대의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서른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막연하게나마 그려봤던 서른이란 나이에 도통 어울리지 않는 자신을 마주하는 일도 빈번하고, 감정의 변화도 잦다. 이 시기를 지나는 모든 청춘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삼삼오오 모여 사그라지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못내 아쉬워하며, 그 마음 술잔에 담아 시원하게 다 같이 한 잔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 수밖에…. 1989년 11월 10일의 다무라 히사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あと数日で久雄は三十になる。けっこう、憂鬱だ。二十歳のころ、ぼんやりと頭に描いた三十像は、とっくに結婚して子供がいて、青春など終わらせているというイメージだった。それが実際は独身で、遊びほうけて、人生設計はなく……。だいいち結婚したいと思ったことは一度もない。    - p.300, 301 

앞으로 며칠이면 히사오는 서른이 된다. 꽤 우울하다. 스무살 즈음, 어렴풋이 머리로 그려봤던 서른은 진작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청춘 따윈 끝났을 거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실상은 독신에 노는 데만 정신 팔리고 인생 설계는 없는……. 무엇보다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오차노미(御茶ノ水)

 

 

 

『東京物語, 스무살, 도쿄』의 히사오는 재수 끝에, 오차노미즈에 있는 한 대학의 문학부에 들어갔다. 밤새 술을 마시고 오차노미즈역의 첫 차를 기다린다. 과 동기이자 같은 연극부인 에리를 찾아 오차노미즈역 소부선에 몸을 싣기도 하고, 오차노미즈 도서관도 들른다. 히사오가 수없이 오고 갔을 간다 거리, 히지리바시도 빼놓을 수 없다. 학교 인근의 니콜라이 성당 역시 히사오에겐 잊지 못할 청춘의 한 자락을 묻어둔 추억의 장소일 것이다.

 

오차노미즈는 분쿄구 유시마에서 치요다구 간다에 이르기까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간다가와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동경의과치과대학, 메이지대학, 니혼대학, 추오대학 등이 모인 대학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므로 오차노미즈(御茶ノ水)라는 예쁜 이름이 더해져 한층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연상되는 활기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소설 속에 등장했던 무수한 지명들 사이로 단연 반짝이던 곳이 바로 오차노미즈였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요츠야(四ツ谷)를 거닐고 싶단 생각을 했던 것 처럼.

 

 

青春が終わり、人生は始まる、か。- p. 352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라는 건가.

 

 

 

시대를 관통하는 모든 청춘들의 자화상, 『東京物語, 스무살, 도쿄』!

 

 

 

 

 

 

스무 살, 도쿄 -
8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은행나무
東京物語 (單行本) -
8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集英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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