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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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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소설가 권여선의 ‘음식’ 산문을 가장한 ‘안주’ 산문집
먹고 마시는 이야기에서 느껴버리는 모국어의 힘

 

 

 

저마다의 추억이 스며 있는 음식은 일상과 한데 버무려져 한층 우리의 입맛을 돋운다. 소설가 권여선이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다. 대학 시절 술 취해 처음 맛본 순대를 시작으로 청양고추의 알싸하게 매운맛에 대한 예찬과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즐기는 김밥의 든든함,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마른오징어튀김의 추억 등 스무 가지의 음식을 소개하고, 그것들을 맛보기 위해 손수 재료를 준비하여 조리하는 수고의 과정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렇게 완성한 음식은 저자가 그랬듯, 술 한 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술술 넘어갈 터다.

 

문득 오늘 뭐 먹지?, 되뇌다가 이 말이 지닌 묘한 친근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상대방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때로는 정말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 푸념 섞인 어투로 혼잣말을 할 때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이 말을 떠올릴 때면 즐거운 마음이 앞섰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무언가 허전함을 채우고자 하는 궁리는 반길 일이니까. 더욱이 삶에 대한 애정, 설사 증오라 할 지라도 그런 뭐라도 있을 때에야 위화감 없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는 것 역시 새삼 느꼈다. 그런 감각으로 산문집을 읽는 내내 유감없이 군침 꽤나 흘렀던 것 같다. 음식만큼이나 맛깔스러운 입담에 역시 반했다. 그리고 작가의 소설 속 술자리 묘사 내공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알게 된 것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직전에 읽은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에는 어김없이 술 마시는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그런 장면들을 한참 읽다 보면 그들이 하는 어떤 생각이나 심정, 혹은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에 자연스레 귀 기울이게 됐던 것이다. 그러면 분위기는 어느새 함께 어울려 홀짝이고 있는 편으로 흐르곤 했다. 이 모든 건,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능수능란함 덕택일 것이다. 정말이지, 그들이 마시는 술에는 각자가 짊어진 짐에 비견하는 절박한 사정과 이유들이 존재했고, 그렇기에 그들이 마시는 술에는 쉬이 관대해지고 마는 느낌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술이란 건 참으로 신통한 묘약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그런 작가가 풀어놓은 음식 산문집이라니, 그것은 곧 술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안주에 대한 산문집임에 틀림없었다.

 

그 입맛 자극하는 풍성한 안주 이야기 속에서 한동안 유쾌할 수 있었다. 더불어 요즘 같은 날씨에 빼놓을 수 없는 냉면, 그 중에서도 우선은 해장 물냉면의 매력부터 시험해 보고 싶어 진다.

 

 

 

술꾼은 모든 음식을 안주로 일체화시킨다. (…) 내게도 모든 음식은 안주이니, 그 무의식은 심지어 책 제목에도 반영되어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줄이면 ‘안주’가 되는 수준이다. 이 책 제목인 《오늘 뭐 먹지?》에도 당연히 안주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 “ “오늘 안주 뭐 먹지?” 고작 두 글자 첨가했을 뿐인데 문장에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르고 훅 치고 들어오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 p.10 「술꾼들의 모국어」

 

 

 

 

 

오늘 뭐 먹지? - 10점
권여선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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