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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 마스다 미리 |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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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한 번뿐인 인생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마흔 살이 됐을 때, 문득 ‘아름다운 것을 많이 봐 두고 싶다.’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는 그녀.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마흔 한 살부터 마흔 여덟 살까지 계속된다.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테마로 떠난 독일, 몽생미셸이 있는 프랑스와 리우 카니발 축제의 브라질, 핑시 풍등제가 열리는 타이완이 그 결심의 여행지들이다. 평소 동경하면서도 좀처럼 떠나기 힘들었던 곳들을 더 늦기 전에 떠나보자고 용기 내 감행에 나선 것이다. 단, 혼자 떠나는 여행인 데다가 언어와 체력 문제가 있기에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약 십 년에 걸쳐 계속된 여행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투어의 상세 일정과 비용은 물론, 패키지의 일원으로서 참가하는 여행의 소소하지만 센스 있는 팁들까지도 꼼꼼하게 전하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위해 떠난다는 그녀에게서 친근감을 느낀다. 때로는 같은 투어의 사람들이 혼자 참가한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건 아닌지 의식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만나러 왔고 그래서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털어놓는 속내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나 역시 혼자 떠나는 여행의 홀가분함을 즐기면서도 순간순간 맞닥뜨렸던 외로움의 찰나를 기억한다. 하지만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에 비하면 별 거 아닌 거라 치부할 수 있었기에 기꺼이 감수하고 떠날 수 있었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더군다나 그녀는 ‘더 천천히 보고 싶었는데, 투어는 항상 시간에 쫓긴다. (…) “그런 여행으로는 아무것도 본 게 안 돼.” 하는 의견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는 남을 터. 아무것도 본 게 되지 않는다고, 누가 단정할 것인가? (p.58)’라고 말한다. 자유로 떠나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이라도 되는 양 패키지 여행을 폄하하는 세간의 시선에 대한 항변이 아닐까 싶다. 자유든 패키지든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할 테고, 그저 우리는 저마다의 여건과 방식에 충실한 선택을 하면 되는 게 아닐는지, 그녀가 행했던 태도 안에서 다시금 수긍하게 된다.

 

일상에서 스치는 소소한 감정들을 짤막한 만화 혹은 에세이로 공유하는 마스다 미리. 그녀의 책은 때때로 내 일상에 쉼표가 돼 주곤 해, 언제고 기꺼운 마음이다. 무엇보다 가벼운 듯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작은 울림이 늘 그녀의 또 다른 책을 기웃하게 만드니까.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십 년, 바라는 것을 만끽하기 위해 떠났고, 앞으로도 이어질 그녀의 여행을 응원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1인 참가였던 60대 후반 아니면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과 아침식사 자리에서 얘기를 나눌 때, 지금까지 간 여행이 화제가 됐다. 
혼자 여러 패키지 투어에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을 즐기는 투어 쪽을 좋아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풍경이 아름다운 관광지 있으세요?” 
질문했더니 파타고니아의 대자연이 좋았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 칠레 일대. 상당히 멀 것 같다. 
“그렇게 좋다면 저도 한번 가볼까봐요.” 
“가고 싶은 곳은 먼 곳부터 가는 게 좋아요. 체력이 남은 젊은 시절에.”라고 했다. 
무게 있는 한 마디였다.    - p.88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 6점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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