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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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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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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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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스가 아쓰코의 첫 에세이였던 『밀라노, 안개의 풍경』에 이어 만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그녀가 파리와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 자리를 잡고 생활하면서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서 마주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는 2차 세계 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 역시 기존 중세적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학 사상으로의 탈바꿈을 모색하던 때였다. 그러므로 그 시기 변화의 움직임 한가운데 자리했던 코르시아 서점은 가톨릭 운동의 상징적 공간이자 교류의 장인 셈이었다. 그곳에서 십여 년간 몸 담았던 그녀의 기억 안에서 되살아난 1960년대 서점에서의 나날은 그 시절 이상적 공동체 구현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한데 모였던 이들을 시공간을 넘어 다시 한 자리로 불러들인다. 저마다의 고민들로 때로는 좌절하고 방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 안에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며 서점을 꾸려 나가고자 했는데, 그것은 각자의 마음 안에서 그 무엇에도 앞서는 자유를 향한 열망이 뒷받침하고 있었던 이유였으리라. 그러나 지속적인 외부 세력의 방해로 누군가는 떠나기도 하고 새로이 들어오기도 하며, 외적으로는 서점의 이름을 바꾸고 이전을 하는 등의 부침을 겪으면서 결국 문 닫는다. 그녀 역시 함께 활동했던 남편의 죽음 이후 밀라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길에 들어선다.

젊은 날에 열과 성을 다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서의 나날을 추억하며 쓴 이야기들 안에서 삶이 가지는 긍정적인 기운, 활기가 전해 온다. 공동의 목표 아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개진하며 의기투합하던 눈부신 나날의 그들이 무척이나 근사하게 다가왔던 이유일 것이다. 더욱이 지난날 각자의 마음 안에서 타오르던 불꽃을 비로소 온전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세월의 흐름이 바탕되었기에 그녀의 회상은 단지 기억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문장에 스민, 글 전체에 담긴 젊은 날의 다부진 각오와 뜨거웠던 열기가 담백한 시선 안에서 한층 빛을 발한다.

 

 

 

젊은 우리는 각자 마음속 서점의 모습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외곬으로 나아가려고만 했다. 우리의 차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지니고 살아야 하는 고독과 이웃하고 있으며, 각자 자신의 고독을 확립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 날 마음속에 그린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을 서서히 잃어감으로써. 우리는 조금씩, 고독이 한때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황야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 같다.    - p.230, 231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10점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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