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0

조용한 비 | 미야시타 나츠 | 위즈덤하우스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기억하지 못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해도,
우리 둘의 세계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함께 보낸 오늘이 내일이면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시리고, 또 아려 온다. 그것은 곧 일상 속 기쁨과 슬픔을 비롯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소소한 감정들을 공유할 수 없다는 데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일 것이다.

소설 속 유키스케와 고요미 사이에서 흐르는 시간들은 오직 유키스케의 기억에서만 저장되고 있다. 그로 인한 답답한 마음에 그녀에게 모진 말을 하기도 하는 유키스케지만, 결국 그런 고요미와의 삶을 기꺼이 받아 들이기로 한다. 그것은 둘이 함께 하루하루 진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진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이라는 굳은 믿음 덕분에 가능했으리라.

어느 날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이 조용한 비처럼 서로의 삶에 스미어 영혼의 동반자로 거듭나는 일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낀다.

 

 

 

고요미 씨는 이번 여름에 척 베리가 일본에 온 줄 모른다. 미셸 건 엘리펀트가 해체한 것도 모른다. 뉴스를 듣고 깜짝 놀라며 아쉬워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잊어버린다. 제트는 언제나 신인 밴드이고 조 스트러머는 살아 있다. 어라, 조 스트러머는 작년에 죽었던가? 내 기억까지 조금씩 불확실해진다. 설령 내가 죽어도 고요미 씨는 잊어버리겠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하며 감상에 빠지지는 않는다. 딱히 슬퍼할 일도 아니니까. 새벽녘에 내린 비를 보며 조용히 울던 고요미 씨를 나는 잊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황사를 맞으며 걷는 고요미 씨도 보이는 것만 같다. 내 세계에 고요미 씨가 있고 고요미 씨의 세계에는 내가 산다. 둘의 세계가 살짝 겹쳤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96, 97

 

 

 

 

 

조용한 비 - 4점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위즈덤하우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