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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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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날 | 김보희 | 마음산책 김보희 그림산문집 초록 그림이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반영이다. 그 싱싱한 초록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큼지막한 초록 잎을 시원하게 펼쳐 그릴 때면, 작은 체구의 나도 활짝 몸을 펴는 느낌이다. - p.61 제주에 정착한 화가가 그린 그림에는 초록이 넘실댄다. 그 그림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니, 어느새 초록의 싱싱하고 맑은 내음을 들이켜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덕분에 낮의 조금 산란했던 마음이 진정되며, 그림에는 치유의 힘이 있고 묘한 감동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평온한 날』은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제주에서의 일상과 그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어 한층 풍성한 만듦새가 인상적이었던 그림 산문집이었다. 언젠가 그 초록의 그림들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고도 생각하며. 나이 70에..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 수오서재 삶을 사랑한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 76세에 시작해 101세까지 그림을 그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의 인생을 담은 자전 에세이다. 형제 많은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열두 살 나이에 가정부 일을 하게 된 어린 시절부터 결혼 후 남부로 터전을 옮겨 농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버터와 감자 칩을 만들어 생계를 꾸리던 날들, 이후 고향인 북부 이글 브리지로 돌아와 황혼의 나이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난 삶에 대하여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걸어온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좋았던 날들 만큼이나 힘든 나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껴안고 묵묵히 걸어 나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비로소 많은 사람들 앞에 당당히 말한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 이미경 | 남해의봄날 즐거운 기억이 구멍가게에 숨어 있다! 여느 때처럼 인터넷서점을 기웃대다가, 이미경 작가가 그리고 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신간이었는데, 그녀의 정교하고 세밀한 펜화를 보는 순간 매료됐다. 더군다나 구멍가게라니! 20여 년간 전국의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며, 스러져가는 점방을 그려왔다고 했다. 그 시간들은 따뜻하고 정겨웠던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의 힘이고, 동시에 화폭에서 나마 지켜나가고 싶은 희망의 손놀림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감정들이 맞닿아 자연스레 마음이 동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시간의 흔적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 기억 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구멍가게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돌면 그곳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행복이 있다." 동..
내 마음 다치지 않게 | 설레다 | 알에이치코리아 "노란 포스트잇 한 장으로 마음의 얼룩을 닦다!" 침잠의 시기. 모든 게 다 귀찮고 누구의 방해 없이 혼자 있고 싶기만 하다. 지금은 몸을 낮추고 힘을 비축하는 시기. 그렇게 생각지 않으면 무너지고 만다. 누가 공격을 해서가 아니다. 내 안에 내가 어긋나고 마는 것이다. 내 안의 내가 어긋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그 위화감이 전해지고, 사람들의 반응도 이상해진다. 그래서 내가 이상하나 보네, 하고 생각하면 점점 더 이상해진다. 나는 몸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그런 시기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 『도토리 자매』 p.10 요시모토 바나나의 『도토리 자매』를 읽다보면, 이 시기를 두고 몸을 낮추고 힘을 비축하는 시기라 했다. 억지로 벗어나고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그 안에서 진솔한 나를 마주하는데 그..
바니보이 | 안토니(글)·에코(그림) | 사람사는세상 "꽃이 활짝 핀 나무 한 그루를 찾으려고요." 예전에 사랑할 때 꽃이 활짝 핀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그녀를 떠올리며, 안토니는 나무를 찾아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소중한 경험을 해 나간다. 그 여정이 내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만든다. 바니보이 - 안토니 지음, 이연령 옮김, 에코 그림/사람사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