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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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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 최은영 | 마음산책 애쓰지 않아도 마음을 나눠줄 수밖에 없던 시절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마음에 고이 품은 무언가를 위하여 비로소 성립 가능하던 ‘애쓰다’는 말이 언제부턴가 생존을 위한 안간힘으로 변질됐음을 자각한다. 이건 정말이지, 무섭고도 지독한 일이라고 의식하면서. 그래서 더 애달픈 마음으로 이 짧은 소설들을 마주했다. 정녕 애쓰지 않아도 되는 걸까, 되뇌면서. 『애쓰지 않아도』에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열네 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작가 최은영의 시선이 머문 자리에서 맺어진 이야기들이기에 자연히 그녀가 바라본 세계를 응시하게 된다. 그곳에는 쉬이 상처받고, 오래도록 마음 안에서 무언가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세계의 연약한 존재들..
행성어 서점 | 김초엽 | 마음산책 탁월한 상상력, 온기 어린 시선 열네 편의 낯설고도 감각적인 이야기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이들을 그린 열네 편의 짧은 소설을 만나보았다. 그 안에서 나는, 나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들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감싸 안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상상 너머의 낯선 세계에서 과연 나는 그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나는 팔을 벌려 그 애를 안았어. 끝까지 안고 있었지. 비명을 참고 눈물을 참으며, 피부 표면을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 그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 - p.30, 31 「선인장 끌어안기..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 백수린 | 마음산책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평온했던 일상을 한 순간 깨는 일을 이따금 마주한다. 누가 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한 중대하고도 심각한 일인 경우도 더러는 있지만, 오직 자신만이 감지한 몹시 섬세하고도 여린 감정의 소용돌이일 때가 대개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현듯 밀려온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음 어딘가에 쌓아 두어 잠재돼 있던 것이 어떤 일이나 상황을 계기로 불쑥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하는 편이 더 적확하기는 하겠다. 그리고 이 같은 감정의 여파는 스치듯 이내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동안의 자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고도 집요하게 따라 붙기도 한다. 동시에 스스로 조차 그런 감정에 대하여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도 미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이기호 | 마음산책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한 사람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습니다. 단편 소설 보다도 더 짧은 길이의 소설 40 편이 실린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편 수에 비례하게 소설 속 등장인물 역시 매우 다양하다. 직업, 연령은 물론이고 그들이 처한 상황 모두 제각기지만, 우리는 이들의 모습 안에서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것은 내 이야기, 내 주변 이야기, 하다못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눈에 띄어 훑었던 기사에서 만난 이야기 혹은 흘려 들었던 라디오 뉴스에서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우리네 이야기인 이유일 것이다. 말하자면, 제자리걸음인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랄까. 그래서인지, 짧은 글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그 여운만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때론 웃음에, 때론 눈..
말하자면 좋은 사람 | 정이현 | 마음산책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하여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담고 있어 낯설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그리고 이전에도 느꼈지만, 그럴만한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낸 예리한 시선에 감탄하기도. 그러므로 누구라도 이 얘긴 내 얘기 아냐? 싶은 순간을 더러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하여 쓰고 싶다던 을 읽으면서, 그 순간이란 어떤 찰나를 말하는 것일지 너무 막연해서 오히려 궁금해졌었다. 그런데 한 편, 두 편 읽다 보니 알 것 같다. 분명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곧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바람처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 대해 그리고 지금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타인에 대해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을 살아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