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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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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 톤 텔레헨 | arte "세상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 떠나보면 달라질까?" 사람들은 저 너머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곤 한다. 그러나 그런 호기심만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역시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외에도 각자가 놓인 개별적 상황과 여건이라는 변수가 분명하게 존재하기는 할 테다. 그러나 결국은 이 두 가지의 시소게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기심이 조금 더 우세하다면 떠날 것이고, 두려움이 조금 더 크다면 그 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톤 텔레헨의 소설 『잘 다녀와』는 숲속의 여러 동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 망설임과 두려움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떠날 채비를 마치고서도 계속 망설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결심 끝에 떠난 곳에..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 곤살로 모우레 · 알리시아 바렐라 | 북극곰 · 사랑과 기적을 믿는 당신을 위한 그림책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펼치면 일러스트레이터 알리시아 바젤라의 열 두장의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연속된 그림들은 모두 공원이라는 동일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그림은 아니다. 동일한 장소라 할지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공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유다. 마치 빛을 열망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동일한 풍경을 대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화폭에 담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 공원이라는 장소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만나고 싶어졌다. 숨은 그림을 찾듯 특정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시선을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인물의 표정..
모모 | 미하엘 엔데 | 비룡소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서있는 숲에 자리한 낡은 원형극장에 사는 모모. 이 소녀 곁에는 청소부 할아버지인 베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 기기 등 소중한 친구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을 훔치고자 하는 회색 신사들의 농간에 모모의 친구들은 점차 시간에 쫓기며 웃음기 사라진 생활을 하게 된다. 이에 모모는 시간을 나눠주는 호라 박사와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을 받아 그들로부터 시간을 되찾고자 모험을 시작한다.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 열린책들 상상력과 호기심의 한계를 허물어 버린 루이스 캐럴의 대표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의 시작은 강둑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앨리스 옆으로 눈이 빨간 흰 토끼가 달려갔고, 이를 본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 토끼 굴 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이상한,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몸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신기한 체험은 물론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만남으로써 환상적인 모험은 한층 극대화된다. 그 다채로운 이야기 안에서 앨리스와 더불어 한바탕 신비로운 꿈이라도 꾼 느낌이다. 과연 루이스 캐럴의 놀랍고도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부디 오늘 밤 이상한 나라든 거울 나라든, 신비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기를. 그리하여 꿈에서 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