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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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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크리스티앙 보뱅은 사랑하는 여인 지슬렌을 떠나보낸 뒤 글로써 못다 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부재를 가슴 깊이 슬퍼하면서도 여전히 그는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그녀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그 문장들은 보뱅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 안에서 피어나 오직 그녀만을 위한 “작은 글의 정원”(p.9)을 이루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덕분에 그 정원 안에서 나는 —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서 —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되뇌면서. 지슬렌, 이제는 안다. 이제야 네 뜻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네가 없는 삶을 여전히 축복하고, 계속해서 사랑할 것이다. ..
지극히 낮으신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하느님을 노래한 음유 시인이자 가난한 이들의 친구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충만한 사랑으로 이르기 위한 삶의 여정 가운데 기쁨을 소망한다. 그것이 곧 진리인 연유다. 높은 곳 아닌 낮은 곳에 있고, 충족 아닌 결핍에 있는 그 진리를 성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간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소유한 것을 내려놓고 가난을 받아들인다.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가난한 사람이 되어 가난한 자이기를 꿈꾼다. 지극히 높으신 분만을 바라보던 두 눈과 마음의 상태는 지극히 낮으신 분으로 향하였다. 그러고는 세상사 모든 질문의 답변 역시 성서가 아닌 성서를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음을, “몸과 정신과 영혼으로 느끼는 것”(p.16)임을 그는 자신의 생애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그리하여 거룩하고 성스러운 존재가 되었으니..
환희의 인간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일상을 시로 바꾸는 데 있어서 보뱅을 따라올 자는 없다 “환희의 인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보뱅이 하고 싶었던 말, 그것은 말하자면 서문의 맨 처음에서 밝힌 “파랑에 대한 이야기”(p.17)일 것인데,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한 문장 앞에서 나는 그 아름다움에 홀려 한참을 서성였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보뱅이 뜻한 대로 문장들을 아주 천천히 좇아온 것일 뿐. 말하자면 유려한 문장이 나를 강하게 매혹하는 한편 계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세상의 온갖 미미한 것들, 하지만 쉬이 흘려보내선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아우성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의 문장이 조심스레 다루어지지 않으면 쉬이 깨져버리고 말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았다고 하면 조금 거창할까. ..
하나님은 보뱅의 뜻이었을까 크리스티앙 보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은 파티 드레스』를 읽고서 책과 독서, 글쓰기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에 매혹됐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순수한 문체가 마음을 동하게 했다. 그러므로 그의 또 다른 책을 알아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이 책 저 책 너저분하게 쌓아두고 방랑하며 읽곤 하는 지라, 이번만큼은 읽고 있는 책들을 모두 마치고 홀연한 마음으로 그의 새로운 글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한동안 책장에 고이 꽂아 두어야만 했던 『환희의 인간』을 오늘에서야 펼쳐 들었다. 마침 연휴 첫날 한가로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음마저 한결 느긋해져, 그야말로 독서하기 딱 좋은 시간.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첫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