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p.9) 외치던 안진진. 그렇다면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의 선택 역시 자신의 온 생애를 걸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므로 결국 그녀 다운 선택이었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으리라. 다만 그녀가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p.296)고 한 이 문장 안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마주하기 마련인 결핍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까닭이었다.
결핍, 그것은 실로 인간을 고통스럽게도 하지만 도리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란 애당초 그것을 향한 갈망의 여정으로 보아도 무방한 일이 아닐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진진의 이모는 자신의 목숨을 내던짐으로써 “무덤 속 같은 평온”(p.296)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진진은 그런 이모의 모습을 줄곧 지켜봤으면서도 제 발로 그 무덤 속 평온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인간이란 제 안의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진심도 뒤로하고 예감한 불행마저 기꺼이 껴안을 수 있는 존재임을 그녀를 통해 확인한 듯도 하다.
그렇게 인간은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위해 골몰하지만 실상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거기에 깃든 행복과 불행은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진실 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 안에서 제 힘으로는 도무지 가닿기 힘든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동경할 것이고, 그것은 곧 결핍을 메우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이 분명할 뿐. 양귀자의 소설 『모순』은 그와 같은 모순투성이인 인간과 그 삶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p.196
모순 - 양귀자 지음/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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