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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을 머금은
자연에 대한 아득한 시선
“초록 수첩” - 자연과 일상 안에서 빛을 따라 시선이 가닿는 대로 보고 느낀 것을 자유로이 적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청아한 문장으로 순간순간 마주한 내밀한 감정을 정갈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함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가지런함 속에서 지극히 단순해진 마음으로 초록 수첩 속 시와 산문을 따르다 보니, 어느새 “세계의 비밀에 가장 가까운 것”(p.31)이 어렴풋하게나마 내 안으로 스며든 기분에 젖는다.
‘열매가 가득 열린 벚나무 아래에서’. 아름답긴 하나 기묘한 간판, 또 신기루에 이끌리고 그것으로 연명하다니 재미난 여행자! 오랜 시간이 지나 이 나그네는 약간 얼이 나간 것 같고, 너무 마른 것도 같지 않나? 여름 초야의 저 부드러운 옛 애무를 떠올리게 하던 바람이 이내 거세지고 맹렬해진다. 나는 이 나그네가 오랫동안 고개를 들고 있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추억이나 몽상만으로는 나이를 막을 수 없다. 기도로도 안 된다. 하지만 누가 어떤 것이라도 약속해줄 수 있겠는가? 당신의 잠을 달아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런 미끼보다 더한 것을 누가 당신에게 약속해줄 수 있겠는가? 너무 아름다워, 그저 미끼에 불과할 리 없다고 그는 거의 광적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다. - p.21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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