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서머싯 몸의 대표작
세계대전 이후 인간 문명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에게 영혼의 해방구가 된 소설
찰스 스트릭랜드는 불현듯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고 토로한다. 그것이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며 처자식을 부양하던 런던에서의 안정된 삶을 등지고 파리로 떠나갈 수밖에 없는 연유라고도 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의 새 생활은 별 볼일 없이 그저 궁핍했고, 마르세유와 타히티로 장소를 옮겨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스트릭랜드 스스로만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는데, 외려 욕망하는 삶을 자유로이 살아갈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있는 터였다. 그것은 곧 돈과 지위, 물질세계의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는 대신 “다른 길의 삶에서 더욱 강렬한 의미를 발견”(p.286)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이상 세계를 향한 열망과 확신에서 기인했으리라. 그런 까닭에 후일 나병에 걸리고 눈이 멀어 죽음에 가까워진 뒤에도 그는 치료에 급급하며 절망하는 대신 자신의 허름한 오두막집 벽에 그림을 채워 넣는 것으로 남아 있는 제 힘을 다 소진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영혼이 꿈꿔온 진정한 낙원을 완성해 냄으로써 제 삶을 완성시키고자 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달의 세계와 6펜스의 세계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무엇이 더 나은 삶이라고는 굳이 단정짓고 싶지 않다. 그저 가족들로 하여금 스트릭랜드와 같은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속적 가치에 매몰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는 불상사와는 마주하지 말자는 생각을 할 뿐. 6펜스의 세계를 맹목적으로 좇기보다는 내면에 충실한 삶을 추구하며 나만의 달의 세계를 잃지 말자는 다짐이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 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 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오. 그리고 예술가가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 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 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우리가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 p.112,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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