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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기쁨 속에서도
동일하게 자리한 부재
그곳에서 들려오는 깊은 목소리
사랑을 말한다. 그것은 대개 이미 지나가고 떠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상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텅 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삶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 안에서 자기가 마주한 시간들을 헤아려볼 뿐. 그 가운데서 유년의 자기 자신을 만난다. 흘려보낸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무(無)’가 지닌 영원성에 가닿기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그것은 곧 독서하며 글을 쓰는 삶일 수도 있겠다. “독서란 피의 유치원에서 스스로에 대해 배우는 것이”(p.25)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남아서 눅눅해진 시간을 조리하는 것이”(p.112)라 여기면서. 어쩌면 그 행위는 —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채워진 — 삶에 대한 찬미의 기도와 다름없으리라.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빈 자리를 응시하는 가운데 애도와 축복이라는 서로 다른, 아니면 같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며 삶을 이어간다.
우리의 삶을 비추는 것은, 말로 전하거나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결국 침묵으로 돌아가고, 붙잡은 것은 결국 손을 떠난다. 한 줌 속 맑은 물을 어찌할 수 없듯이 우리의 삶 역시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벗어나 우리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만을 소유할 뿐이다. 꿈속의 나무 한 그루, 침묵 속의 한 얼굴, 하늘의 빛 한 줄기. - p.68 「신의 존재를 말하는 작은 증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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