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33) 썸네일형 리스트형 스토너 | 존 윌리엄스 | 알에이치코리아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윌리엄 스토너는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후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거들며 어린 시절을 보내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컬럼비아에 있는 한 농과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영문학 개론을 수강하고 아처 슬론 교수를 만나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진로에 대한 고민과 고뇌 속에 문학의 길로 접어들어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가 된다. 그 사이 결혼하여 딸을 얻게 되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한 여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삶을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딸에 대한 애정은 지극했으나, 결혼 생활 내내 아내와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고 불륜을 저질렀다. 학교에서는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교수로서의 지위와 .. 무해한 산책 | 헤르만 헤세 | 지콜론북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의 여행 기록 안에서 그의 시선과 발길을 좇는다. 그 가운데 그가 원하고 바란, 그리하여 실행에 옮긴 ‘무해한 산책’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널리 알려진 볼거리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현재 마주한 대상들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온전하게 느끼고자 하는데 집중했다. 그것이 어느 날에는 대성당과 종탑 등의 건축물이기도 했고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기도 했으며, 어떤 때에는 한 정원의 연못을 헤엄치는 금붕어이거나 아름다운 석호, 그곳에 터전을 둔 이들이 다니는 골목과 같은 풍경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마치 시를 쓰고 글을 쓰듯 애정 어린 눈과 마음으로 그 대상들을 마주하고자 한 것이다. 더욱이 그 과정 안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내면에 천착할 수 있었고, ..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 페터 한트케 | 민음사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초래한 극단적 범죄 무질서한 전개와 강박적인 말놀이로 그리는 소통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불안한 단면 “이전에 꽤 유명했던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p.9) 이후 호텔과 여인숙, 여관을 전전하며 지내는데, 그 모습은 마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 역시 불안과 절망이 영역한 모양새다. 더욱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뒤에는 쫓기는 신세까지 되어 어느 누구,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그리하여 자신이 놓인 세상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때에 그는 우연히 도착한 운동장에서 펼쳐지고 있..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프로데 그뤼텐 | 다산책방 삶을 되돌아보는 일은 곧 사랑을 기억하는 일 피오르 해안가 마을에 살며 배로 사람들을 태워 나르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안에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된다. 그는 평생에 그래 왔던 것처럼 마지막 날에도 배를 몰아 승객들을 태우며 보통의 나날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그 하루는 매우 특별했다. 사고로 먼저 죽은 반려견 루나와 역시 뇌졸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마르타를 비롯하여 그간 그의 배에 신세를 졌던, 하지만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그가 모는 마지막 배의 승객으로 마주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 만남 가운데서 닐스 비크는 자연스레 기억을 더듬으며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그것은 곧 삶의 끝이 사랑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음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생애를 제 마음속에 영원으로.. 사랑에 대하여 | 안톤 체호프 | 민음사 인간의 사소한 삶 속에 깃든 무한한 우주를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시선 현대 단편 소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안톤 체호프의 사랑과 우수와 회한의 이야기들 인간은 저마다의 삶 속에서 희로애락을 마주한다. 맞닥뜨린 상황이나 처지는 각기 다르지만 그 안에서 겪고 느끼는 감정만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찰나의 즐거움과 궁극의 행복에 가닿기 위한 여정은 고되고 험난하다. 그런 까닭에 삶의 순간순간은 대개 괴롭고 비참하며 고통스러운 가운데 지속되지 않은가. 표제작 「사랑에 대하여」를 비롯한 열 아홉의 단편 안에서 그와 같은 순간에 놓인 인물들을 마주한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이질감 없이 우리 앞에 놓인 삶을 반추할 수 있었다. 지독하지만 눈물겹게 아름다운 .. 무뎌진다는 것 | 투에고 | 로즈북스 삶에 사람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진솔한 위로 결국 자기 자신만이 위기에 처한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쉬이 꺾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꼿꼿하기만 한 마음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더욱이 아홉 번의 위기를 잘 넘겼다 해도 한 번의 무너지는 순간을 피할 길 없다면, 그것은 최선일 수 없었다. 거기에는 아홉 번의 위기 역시 꾸역꾸역 스스로를 다그치며 위태로이 넘겼음을, 혹은 가까스로 한 정신 승리에 지나지 않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으리라. 그런 까닭에 처한 상황 안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이겨내겠다고 힘 빼기보다는 외려 흘러갈 시간을 믿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충분히 낙담도 하고 괴로워도 하며 후회도 하되 그 안에서.. 나의 폴라 일지 | 김금희 | 한겨레출판 생명의 가장 깨끗하고 단순한 출발 앞에 선 다감한 소설가의 투명한 기록 남극 세종 기지에는 연구 목적으로 발 디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렇다면 소설가는 그곳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무얼 기록할 수 있을까. “잠시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오래 머무르며 인간종(種)으로서 작고 단순하고 겸손해지는 과정을 겪어보기를 원했다.”(p.14)는 도입부의 말을 내내 떠올리며 그녀의 일지에 의지해 남극 앞에 선 한 존재의 시선을 좇았다. 거기에는 웅장한 대자연이 있었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자연 질서가 보여주는 경이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펭귄이 있고 물개가 있고 고래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남극의 아름다운 이색 풍광에 자연스레 여행자의 시선이 되고 마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을.. A가 X에게 | 존 버거 | 열화당 편지로 씌어진 소설 약제사로 일하고 있는 아이다는 감옥에 갇혀있는 연인 사비에르를 떠올리며 펜을 든다. 달콤한 애칭으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약국에서 보낸 자신의 일상과 그 안에서 마주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매 순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한편 감옥에서 편지를 읽었을 사비에르는 그 뒷장에 메모를 남겨 놓는다. 그것은 대개 위협적인 존재 혹은 당면한 문제들을 향한 위기의식과 저항 의지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물리적인 거리 감내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현재를 살아간다. 그리고 앞날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것은 비록 고통을 수반한 일이지만, 오직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기로 함으로써 주어질 미래일 것이다. 그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 이전 1 2 3 4 ··· 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