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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러셀 로버츠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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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

 

 

#. 01

'행복하고 좋은 삶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는가.'(p.12)를 『도덕감정론』을 통해 피력했던 애덤 스미스(Adam Smith).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의 저자, 러셀 로버츠는 『국부론』의 명성에 가려졌던 『도덕감정론』을 읽고, '나로 하여금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 놓았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바꿔 놓았다'(p.18)고 고백한다. 이는 사람들과의 소통, 즉 인간관계에 심한 피로를 느끼는 우리에게 보물과도 같은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갖게 하게 하는 대목이고, 실제로도 그에 부응하는 한 권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 02

어느 누구에게나 마음속엔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 알려주는 공정한 관찰자가 있고, 그 덕에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애덤 스미스는 말한다. 이는 곧, 우리가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타인의 커다란 고통보다도 자신의 작은 고통에 더 격렬히 반응하면서도, 지나친 이기심은 경계할 줄 알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훌륭한 것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 03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우리를 정말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하는 애덤 스미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이길 바라고, 이를 위해 그 자격을 갖추고자 노력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행복할 것이고, 미움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불행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에 제 아무리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존경을 받는다 할지라도 본인이 느끼기에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결코 진정으로 행복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내면 자아와 외면 자아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 04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매번 옳은 선택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과거 행동에 대해 반성함으로써 배우고 깨닫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반성에 우리 자신이 늘 솔직한 것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자기 행동에 대한 솔직한 평가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쉽사리 자기기만에 빠지고 만다. 동시에 이타적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실은 자기에게 득이 되는 일마저도 타인을 위한 선택인양 스스로를 납득시키곤 한다. 그러기에 자기기만을 경계하기 위한 공정한 관찰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또한 한계를 가진 인간이기에 이성의 한계에 대한 자각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파인만의 지적을 기억하라.

 

#. 05

부와 명예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까. 애덤 스미스는 그것들이 인간의 행복을 완성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생이란 경주가 아니라 음미하고 즐기는 기나긴 여정이라 말하며,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끈질긴 욕구를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고군분투한다. 특히나 물질이 주는 매력에 현혹되어 최신의 고성능 기기를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이 비참하고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소유물이 곧 나 자신이라 착각하기 때문이다.'(p.140)고 언급한 애덤 스미스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유명해지길 원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사랑받고 주목받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즉, 돈과 명예는 결코 우리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혜롭고 선한 삶을 추구하는 것만이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

 

#. 06 

앞 장 말미에서 말했 듯, 애덤 스미스는 행복하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 즉 존경받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 칭찬받고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에는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는 것과 현명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있는데, 후자인 지혜와 미덕의 길을 선택하라 충고한다. 이는 상대의 기대에 맞게 행동함으로써 양방향 모두가 원하는 방식의 관계를 맺는 걸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는 것, 바로 '적절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인다. 즉, 그것을 통해 상대방의 신뢰를 얻고 적절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스러움의 시작인 것이다. 그러나 적절성 외에도 사람들의 존경과 축하를 위해선 미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07

미덕을 갖춘 삶을 권한 애덤 스미스. 미덕의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신중 · 정의 · 선행을 꼽고 있다. 신중한 사람은 자신의 재주와 성공에 늘 겸손한 진실한 이다. 결국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셈이다. 정의는 타인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는 즉,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미덕을 말한다. 이것은 자기기만에 맞설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미덕으로 자기 합리화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의의 원칙을 아주 엄격하고 정확하게 지키라고 조언한다. 선행은 선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인데, 정의와 달리 애매모호하여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 실천을 위해선 모호하더라도 자기 나름의 원칙이 있어야만 지키기 수월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자기중심적 성향을 경계할 수도 있다.

 

#. 08

인간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 탓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욕구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한 범주의 미덕(이를테면 공손함, 친절함, 사려 깊음, 동정, 명예, 진정성)과 맞물려 우리 인생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데 기여한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험담과 교묘한 농담은 피하는 모범을 보인다면 사랑받을 뿐 아니라 세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작은 기여가 모여 결국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 09

 세상을 바꾸는 데는 강제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조종하려기 보다는 지켜보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나을 수 있는 이유다. 세상은 복잡한 곳이고, 구성원 각자에겐 특정한 욕구와 꿈이 있는 독립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시스템을 바꾸고자 억지로 애를 쓰는 것은 무모하다. 

 

#. 10

저자는 자본주의의 위대한 여정에 큰 도움을 준 당신이 어떻게 『도덕감정론』같은 책을 쓸 수 있었냐고 애덤 스미스를 향해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기심의 힘을 알고 자유방임주의의 지적 토대를 마련한 『국부론』은 모르는 사람들과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면, 『도덕감정론』은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며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룬 것이라고 말한다. 즉, 애초에 이 두 권의 책에서 애덤 스미스가 취한 관점이 서로 다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각기 관점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 또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 시간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 p.294 톨스토이

 

 

 

18세기 중반 애덤 스미스에 의해 쓰인 『도덕감정론』을 기초로 한 러셀 로버츠의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250여 년이 흘렀어도 인간 본성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깊은 통찰력만큼은 전혀 낡지 않은 이유다. 애덤 스미스의 명민함에 새삼 반했달까. 물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의 저자 러셀 로버츠를 통해 선별된 핵심만을 접한 것이기에 다소 부족한 감은 있겠지만.

 

 새해 시작과 맞물려 애덤 스미스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한 수 배울 수 있었던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10점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애덤 스미스 원작/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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