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9

철사 코끼리 | 고정순 | 만만한책방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별을 겪은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다. 늘 함께였던 얌얌이 떠나자, 데헷은 몇 날 며칠이 흘러도 얌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제 몸이 찔리고 다쳐 상처 입는 것도 모르고 철사 코끼리를 힘겹게 끌고 다닐 뿐이다. 그러고는 차츰 세상 사람들과 멀어져 간다. 그러나 결국 데헷은 결단을 내린다. 어딘가에 얌얌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 한 켠일 테고, 스스로가 잊지 않는 한 얌얌이 그곳에 영원히 자리하리라는 믿음이다.

 

최근 몇 년, 이별의 무게를 절감하는 일이 연달아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 뒤의 남겨진 감정들에 대하여 곱씹는 일이 어떻게 보면 일상이 된 듯도 하다. 사실 그 전까지의 나는 퍽 이성적인 사람이고, 이런저런 간접 경험들을 통해 나름의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설사 이별이 닥치더라도 금방 털어낼 줄 알았다. 이토록 길고도 아픈 나날을 보내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나의 오만이었던 셈이다. 한층 뼈아픈 사실은 이것이 도무지 무뎌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모든 이별이 아프고 슬픈 건 맞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난 나날들 안에서 켜켜이 쌓여온 감정과 몸짓, 분위기 등이 뒤섞어 서로 다른 성질의 눈물 결정을 이루고 있어서 이건 이것대로, 저것은 저것대로 새로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이유였다. 더욱이 조금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불현듯 울컥하고 올라올 때가 종종 있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너무 힘들 때에는 애초에 이별이란 것이 있을 수 없도록 최대한 마음 주는 일 따위는 하지 말자고, 이미 닿아 있는 인연 역시 너무 마음 쏟지 말자는 생각마저 할 때도 있었으니까.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닌데 결국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고,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그렇게는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간절히도 그런 마음을 품었던 나는, 그저 몹시도 두려웠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처참한 상실감이 반복될 것을.

 

결국 데헷은 이별 뒤에 남겨진 ‘나’이자, 삶 속에서 수많은 이별을 겪기 마련인 ‘우리’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별로 인한 아픔과 슬픔은 애정에 비례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남겨진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 할 것.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이별이 찾아오든 적어도 후회나 미련에서 오는 고통은 없으리라. 지금의 나로서는 이것 밖에는 아직 알지 못하겠다.

 

 

 


바람에 종소리가 들려오면 데헷은 얌얌이 곁에 있다고 믿습니다. 
아무나 오를 수 없는 돌산 아래 데헷이 살고 있습니다.

 

 

 

 

 

 

철사 코끼리 - 8점
고정순 지음/만만한책방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