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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연필로 쓰기 | 김훈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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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연필은 나의 삽이다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세월의 풍파를 거쳐온 노작가의 사람과 사회를 향한 지극한 관심이 『연필로 쓰기』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선보였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산문들을 만나며, 연륜에서 나오는 혜안과 통찰력에 한 번, 문장과 문장 사이에 깃든 화해와 포용의 씀씀이에 두 번 감탄했다. 그야말로, 삶을 향한 애정 없이는 쓰일 수 없는 글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작가는 앞서 알림을 통해 밝힌 ‘나는 삶을 구성하는 여러 파편들, 스쳐 지나가는 것들, 하찮고 사소한 것들, 날마다 부딪치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생활의 질감과 사물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을 구태여 골몰하고 정리하여 원고를 써내는 행위가 얼마나 고된 일일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더욱이 눌러쓴 문장들이 한데 모여 일상의 나와,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의 의식을 일으켜 세우는데 힘을 보탠다.

 

 

 

한 생애를 늙히는 일은 쉽지 않다. 젊은 부부들은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가고, 늙은 사내는 늙은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간다. 20년 전에 지나가던 노인들은 다 지나가고 지금은 딴사람이 지나간다. 지나가는 것들은 지나가고 지나간다.    - p.36

 

 

 

 

 

연필로 쓰기 - 6점
김훈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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