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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계절에 따라 산다 | 모리시타 노리코 | 티라미수 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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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쓸데없이 바쁜 일상,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온몸으로 사계절을 맛보다

 

 

 

다도를 해 온지 어느덧 사십여 년, 그녀는 비로소 말한다. 다도를 배우는 동안만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의 시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더불어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확실히 우리 삶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잠시더라도 일상에 매여있는 온갖 것들로부터 놓여나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고요하고도 차분한 시간, 이를테면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과도 같은 시간 말이다. 그녀에게는 다도를 하는 동안이 그랬다. 마음을 가다듬고 바른 자세로 다도에 집중함으로써 찾아온 평온의 감각 안에서 때때로 흔들리기도 했던 자신을 붙잡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다도의 힘으로 그간의 삶을 무사히 살아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체득한 삶의 지혜, 계절의 경이는 고스란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로 까지 전해온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꾸준히 정진해온 그녀의 삶을 향한 태도, 그 안에 깃든 한결같음에 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동시에 일상 속 자신만의 자정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하고 소중한 일인지를 새삼 일깨우게도 한다. 나는 그녀의 오랜 다도 인생 안에서 그녀가 깨달은 소박한 삶의 진리를 마음 한 켠에 오래도록 담아 두고 싶다.

올 초부터 여태 이어져 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지난날의 당연했던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그리워진다. 온 사방에 새 순이 돋아나고 어여쁜 봄꽃들이 그 자태를 뽐내지만, 혹여 사람들이 몰릴까 애써 핀 꽃망울을 댕강 자르고 공간 폐쇄를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쓰리다. 계절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밀려온 이유다. 한편 날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계절의 신비에 무심했던 지난날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도 하는 나날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이 나라의 계절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해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계절 안에서 아주 짧은 순간인 ‘지금’을 살아간다.”라 했던 그녀의 말이 한층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 이 에세이의 제목과도 같이 - 계절에 따라 산다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절감하며, 그럼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도 해본다.

 

 

 

지칠 때는 계절 안에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이 나라에서는 계절이 돌고 돈다. 십 대 소녀였을 때, 나에게 계절이란 배경으로 흐르는 단순한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계절의 순환 같은 건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가능하다면 일 년 내내 일정하게 쾌적한 온도 속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계절을 앞질러 나아갈 수도, 같은 계절에 계속 머물 수도 없다. 언제나 계절과 함께 변화하며, 한순간의 빛이나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 마음을 가다듬고, 쏟아지는 빗소리에 몸을 맡기며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일도 있고, 마음속으로 결심했을 때 바람이 ‘그래!’ 하고 대답해준 적도 있다. 우리는 계절의 순환 밖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안에 있다. 그러니 지칠 때는 흐름 속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 p.132, 133 「여름」 ‘소서 –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중에서

 

 

 

 

 

계절에 따라 산다 - 6점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티라미수 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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