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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낮술 | 하라다 히카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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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어른에게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술을 곁들인 점심 식사는 이누모리 쇼코에게 ‘유일한 사치(p.44)’다. 밤새 돌봄이 필요한 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일을 하는 그녀에게 한 끼 식사는 무사히 일과를 마친 것에 대한 수고의 의미이자 내일의 자신을 응원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메뉴를 신중하게 정하고, 음식 맛을 돋우는 적절한 술을 고르는 일은 단순해 보여도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다. 기왕이면 음식 본연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한 잔 낮술로 하루의 노고를 치하하겠다는. 그런데 실은 이것 말고도 한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혼 뒤에 아이를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슬픔과 상처, 그 무거운 짐을 그때만이라도 잠시 내려놓고 언젠가 함께 할 딸과의 미래를 위해 계속 나아가겠다는 엄마의 굳센 의지, 말하자면 스스로와의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나는 이해했다. 다행히 그녀 곁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고, 그녀 역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의뢰인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다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때로는 그들을 통해 작은 용기와 삶의 활력을 얻기도 한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자신만의 십자가를 지닌 이들 투성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간다. 더욱이 맛있는 한 끼 식사와 그에 어울리는 한 잔 술이 있는 한, 적어도 나는 뭐가 됐든 쉬이 포기하지 않으리라. 쇼코처럼.

 

 

 

아, 맛있는 음식이란 건 정말 근사하다.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포근하게 해주니까.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고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분명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그럭저럭 잘해냈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이후에도 문제는 얼마든지 생기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오늘 일은 살면서 몇 번이고 거듭 떠올리게 될 것이다. 때로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그때 이 요리의 기억이 마음을 위로해주리라 믿는다. 셋이서 디저트를 입안 가득 넣으며 쇼코는 그 찰나의 달콤함에 몸을 맡겼다.    - p.247, 248

 

 

 

 

 

낮술 - 8점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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