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1

먼 아침의 책들 | 스가 아쓰코 | 한뼘책방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인생이 그토록 많은 그늘과
그만큼의 풍요로운 빛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먼 아침,
스가 아쓰코를 사로잡았던 책들

 

 

 

어린날의 기억이, 그 시절 자신을 사로잡았던 책과 함께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되살아난다. 책 속의 주인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던 순수했던 나날은 뚜렷한 신념과 균질한 사고에 한껏 매료됐던 시기를 지나, 가닿고자 했던 전 지구적 세계관에 대한 열망을 향해 나아간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곧잘 ‘책에 읽히고 있’(p.31)던 시기에 대한 아주 오래된 기억들 속의 것이다. 그럼에도 퍼즐 조각을 차근히 맞춰 나가듯 하나씩 끼워 나가는 일이 더없이 매끄러운 것은 ‘책’이라는 강렬하고도 명백한 매개물이 존재하는 까닭이지 않았을까.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일화, 자연과 가까이했던 유년 시절을 거쳐 앞날을 골몰하던 학창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추억은 그 시기를 같이한 책과 함께였던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에도 착실하게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것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을 고백한다. 말하자면 책은 그녀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늘 고민하게 하는 삶의 방향키와도 같았으리라. 그렇게 책을 통해 빚어진 그녀의 삶 속에서 발하는 다채로움은 혼돈의 시기를 보냈던 젊은 나날이 무색하게 반짝반짝 빛나기만 해 보인다. 그것이 내가 스가 아쓰코의 글을 읽을 적이면 곧잘 마음을 빼앗기고는 했던 이유였지 않았을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 여자아이에게는 책 몇 권이 인생의 선택을 좌우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런 것도 알지 못하고 그저 빨려 들듯 이 책을 읽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자신이 없는 만큼 책에 빠져든다. 그 아이 안에는 책의 세계가 여름처럼 몇 층으로 겹쳐 솟아나고, 아이 자신이 거의 책이 되어버린다.    - p.103

 

 

 

 

 

먼 아침의 책들 - 10점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한뼘책방

 

 


 

 

+ 스가 아쓰코의 다른 책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

byeolx2.tistory.com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

byeolx2.tistory.com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

byeolx2.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