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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곰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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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룰루 밀러의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분주하다. 그리하여 착안된 방법 중의 하나가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리라.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물고기들에 이름 붙이기를 행했던 생물학자였다. 저자로 하여금 그의 행적은 혼돈 속 암울한 시간에 갇힌 자신의 삶에 안내자가 돼 줄지도 모른다는 “도전적인 소망”(p.18)을 갖게 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차근하게 추적해 나간다. 지치지 않는 열정,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불굴의 의지는 가히 찬탄할 만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저자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과연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길들이 있었기에 보다 확실하고도 강력한 진실, 이를테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p268)는 사실이 보다 엄연하게 다가왔으리라.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려진 진실을 향한 저자의 경이로운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저자가 그러했듯 혼돈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삶과 세상 속에 우뚝 서기를 바라는 소망을 한껏 담아, 그 마법과도 같은 한줄기 희망을 좇는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듯 매달려 있는 우리를 향한 경계의 목소리였음을 곧 깨닫게 한다. 다름에 아닌 '깨어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넓은 시야로 헤아리지 못한 고집스러운 근성과 투지 위에 켜켜이 쌓아 올려 이룩된 자기 확신의 과신이 만들어낸 처참함을 우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통해 확인한 바이다. 부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무뎌지지 말기를, 그리하여 늘 진실을 좇을 수 있기를.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 p.263, 26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10점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곰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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