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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2

시녀 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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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

 

 

 

길리어드의 사람들은 어떠한 자유 의지 없이 계급에 따라 사회가 부여하는 한정적 역할에만 머물며 그것에 충실해야 한다. 더욱이 자신의 존재 가치는 오직 강요된 임무로써 증명받을 수 있기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한 개인이 철저하게 도구화되어야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상당한 충격을 안긴다. 한마디로 길리어드는 끔찍했다.

 

스스로를 가리켜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聖杯)다”(p.238)라고 했던 시녀 오브프레드의 체념 섞인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귓가를 맴돈다.

 

 

 

우리에겐 아직도…….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아직 뭐가 남았는지 말을 끝맺지는 못했다. 갑자기 나는 루크가 ‘우리’라는 말을 쓸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 루크는 아무것도 빼앗긴 게 없었다. 우리에겐 아직도 서로가 있잖아. 내가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 내 말투는, 내 귀에조차 그렇게 냉담하게 들렸을까? 그때 루크는 내게 키스했다.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이상, 이제 만사가 괜찮아질 거라는 것처럼. 하지만 뭔가가 달라졌다. 어떤 균형이 무너졌다. 나는 쪼그라든 기분이 들었고, 그가 팔을 내게 두르고 안아 올렸을 때는 인형처럼 작아진 듯이 느껴졌다. 사랑이 나만 버려두고 저만치 앞으로 달려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그이는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거야. 그이는 전혀 마음 쓰지 않아. 어쩌면 오히려 잘됐다고 여길지도 몰라.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것이 아니야. 이젠, 내가 그의 것이 되어 버린 거야. 무가치하고 부당하고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 버린 일이다.    - p.315, 316

 

 

 

 

 

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 6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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