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2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창비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아버지가 죽고 문상 온 조문객들을 맞이하면서 딸은 아버지가 살아온 삶에 대하여 더듬어 본다. 살아온 나날에 비하면 고작 4년뿐인 젊은 날의 빨치산 활동이 제 자신은 물론 일가족의 삶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장본인이었다. 빨치산의 딸이었던 그녀 역시 피해자였고 사과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걸어온 삶이 정녕 손가락질받아 마땅한 일이기만 했을까. 생전 아버지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외려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p.181)한 딸은 자신이 외면해온 아버지란 존재에 비로소 가닿는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바란 세상을 위해 몸 던져 애쓴 한 사람일 뿐이고, 이는 저마다 제 삶을 위해 분투해 온 모두의 삶과도 다르지 않았음을.

 

‘작가의 말’ 속에 품은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 안에서 나는 모두의 아버지를 향한 이야기로 뻗어감을 직감한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아버지란 존재를 뒤늦게 서야 깨닫고 마는 자식의 모자람이 각자의 몫으로 분배되고 있음에 대해서 말이다. 더욱이 아버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온전하게 품어드리지 못한 송구한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나는 감히 상상해본다. 이 세상 아버지들은 “그러니까 사람이지.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뉘우치기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면서 너른 마음씨로 감싸 안아 주시리라고. 아버지를 향한 고백의 서사가 이토록 눈물겹고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여기에 있다고 말이다.

어두운 현대사의 한 부분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직조해낸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p.265

 

 

 

 

 

아버지의 해방일지 - 10점
정지아 지음/창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