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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5

무해한 산책 | 헤르만 헤세 | 지콜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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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알라딘]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의 여행 기록 안에서 그의 시선과 발길을 좇는다. 그 가운데 그가 원하고 바란, 그리하여 실행에 옮긴 ‘무해한 산책’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널리 알려진 볼거리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현재 마주한 대상들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온전하게 느끼고자 하는데 집중했다. 그것이 어느 날에는 대성당과 종탑 등의 건축물이기도 했고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기도 했으며, 어떤 때에는 한 정원의 연못을 헤엄치는 금붕어이거나 아름다운 석호, 그곳에 터전을 둔 이들이 다니는 골목과 같은 풍경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마치 시를 쓰고 글을 쓰듯 애정 어린 눈과 마음으로 그 대상들을 마주하고자 한 것이다. 더욱이 그 과정 안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내면에 천착할 수 있었고, 삶과 세계를 향한 보다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했으리라.

 

 

 

5월의 어느 아침, 베네치아의 석호가 내 눈앞에 펼쳐지며 행복의 한 장면처럼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온전히 석호를 바라보며 보냈다. 처음으로 자연이나 예술의 특별한 조각이 선명하고 투명하게 내 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 그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정신을 생생하게 따라가는 일은 주의 깊은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우리가 종종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 구름, 그림들이 이런 순간에는 갑자기 창조적 사고의 산물로 놀랍게 다가온다. 이때. 숙련되고 부지런한 관찰자는 아름다운 대상 앞에서 마치 자신이 창조자가 된 듯한 감각을 느끼며, 행복한 이해를 통해 그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마치 책이나 음악을 완벽히 이해한 순간 느끼는 깊은 행복과 같은 감정이다. 그때 예술 작품은 당신의 소유가 되고, 당신은 시인이 된 듯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    - p.103,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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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산책 - 8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지콜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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