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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타자기를 치켜세움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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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시대의 유물 타자기

 

 

 

1974년 7월의 어느 날. 타자기가 망가진 폴 오스터는 새 타자기를 구입할 여유가 없던 차, 친구에게서 40달러에 서독에서 제조된 올림피아 포터블을 가져온다. 그렇게 그날 이후 그가 쓴 모든 단어는 이 타자기로 쳐진다. 이후, 90년대가 되고 주변 사람들은 매킨토시와 IBM으로 옮겨 갔고, 친구들은 여전히 타자기를 고수하는 그를 놀려 댄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내게도 좋은 법이라고는 없는데, 무슨 이유로 내가 있는 그대로도 완전히 행복할 때 변화를 해야 할까?    - p.22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타자기에 특별한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타자기의 존재 자체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점차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좋건 싫건, 나는 그 타자기와 나의 과거가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미래 또한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p.23

 

 

 

 

 

 

 

+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도 타자기 하나가 있었다. 그때는 집에 컴퓨터라는 게 없었던 시절이었고, 나도 한글을 막 배워 뭐라도 써보고 싶었을 즈음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이름을 적어보거나, 가끔은 그날 배운 동요 같은 걸 쳐 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손이 미끄러져 오타가 나면 울상을 지었던 기억도 난다. 타자기에는 백스페이스 키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끄적인 비뚤비뚤한 글자를 보다가 타자기에서 나오는 정렬된 글자들을 보니 어찌나 신기하던지.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는 타자기 특유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던 거 같다. 그런 이유로 타자기를 만지작거리는 일은 점차 나에게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한동안 꽤나 아꼈던 그 타자기의 행방이 묘연하다. 분명 타자기 놀이가 시들해진 틈을 타서, 더이상 필요 없다고 여긴 부모님께서 버렸거나 누군가에게 줬을 것이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시대의 유물이 어디 타자기뿐일까. 이래저래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모든 것들이 그립고, 그때 조금 더 소중히 대해 주면 좋았을 걸, 싶은 마음이 든다.

 

 

 

 

 

타자기를 치켜세움 - 10점
폴 오스터 지음,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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