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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 책이있는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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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다시 읽는 '눈물의 미학'
새롭게 만나는 '마음들'

 

 

 

2003년 첫 출간됐지만,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던 것을 책있는풍경에서 새롭게 재출간했다고 한다. 함민복 시인의 문학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들을 한데 엮었기 때문에 그의 시를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눈물은 왜 짠걸까'였다. 책 제목 때문에 생긴 순간적인 호기심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진지하게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러고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펼쳤던 거 같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게 어머니의 마음이지 싶어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을 자식 즉 시인의 마음이 십분 이해됐다. 정작 본인은 한평생 중이염 때문에 고기만 먹으면 귀에서 고름이 나와 고생이면서도 자식 걱정이 먼저인 어머니. 자식 입장에서는 그 지극한 마음에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때론 어머니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을 보면서 그 사랑이 도리어 무거운 짐으로 느껴져 울컥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땀인 양 닦았을 눈물이 짠 거다. 그간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절여지고 있었으니, 일순 터진 눈물에서 소금기가 묻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는지.

 

'나는 누구인가!' 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발길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을 시인의 모습이 상상해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되묻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

 

 

"알았어. 전화 끊을게.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그렇다! 나는 사람인 것이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어디로 갈까 궁리하는 나도, 계절이 바뀌었으니 무엇인가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 다지는 나도, 나는 누구인가 하루 종일 고민하며 거리를 헤매는 나도 분명 사람인 것이다. 끝없이 사유하는 나도 사람인 것이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이유를 찾으려 들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했던 대목이다. 못난 구석이라 생각해서 애써 가리려 하는 나마저도 쿨하게 인정하고,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새로운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 있는 내가 되고 싶으니까.

 

 

골목길을 폄하하지 마라. 막다름의 힘을 아는가. 물에 빠진 놈은 더 밑으로 내려가 바닥을 차고 나와야 한다지 않던가. 이제 막다름에 이른 자의 힘을 보여줄 때다. 여럿이 어우러져 살려고 구불구불 휜 골목길의 탄력으로, 골목길의 힘으로, 길의 거품 하나 없는 골목길이, 길의 뿌리인 골목길이, 길의 열매인 집을 매달고 있는 골목길이, 시장통의 비린 생명력을 지닌 골목길이, 산동네의 가난이란 위치 에너지를 가진 골목길이, 공장 기대 교대만 있을 뿐 꺼지지 않는 불빛의 골목길이, 한 지붕 아래 사는 아파트 통로 그 수직의 골목길이,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살아가야 할 길을 번쩍 일으켜 세워야 할 시기인 것이다.

 

 

 

누구나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가 있다. 시인 또한 그의 고단했던 지난 삶을 돌이켜 봤을 때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오가는 골목길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찾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번쩍 일으켜 설 수 있기를 바라고 격려한다.

 

진하디 진해 씁쓸하기까지 한 삶 이야기들을 토해내는 시인. 이 한 권의 책은 그야말로 고단했던 지난 삶 속에서 시인이 흘렸을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의 결과로 얻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힘겨웠던 지난 과거를 추억할 뿐, 결코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글에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물상으로 끌려가는 빈 종이 박스를 보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서러움과 어머니 생각에 울컥하기도 하고, 어머니께 이백만 원을 송금하며 삼십사 년을 살아온 자신의 현실을 그리고 소설을 써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또한 탁하고 찌든 마음에 어쩌다 맑고 올바른 생각이 일면 그것을 그냥 놔두지 못하고 시를 씁네 하고 끄집어내는 자신을 한탄하기도 한다. 때로는 방 안에서 오직 혼자만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문득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가족 사진에 행복을 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기도 하며, 길은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릇이고 눈은 생명의 단추라는 진리를 깨닫기도 한다.

 

 

 

이러한 작은 발견과 깨달음, 외로움과 한탄 그리고 소망 등이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과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값지고, 읽는 독자들 또한 그간 바쁜 생활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는 어지러운 마음속에, 분주한 마음에 깃들기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 마치 제비가 사람살이 왁자지껄한 집에 찾아들어 새끼를 치는 것처럼. (…) 제발 분주하라 내 삶이여, 봄처럼.

 

 

 

 

 

눈물은 왜 짠가 - 6점
함민복 지음/책이있는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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