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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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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밝은 곳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민음사 "필요한 것은 밝은 불빛과 어떤 종류의 꺠끗함과 질서야." #. A Clean, Well-Lighted Place 귀머거리 노인은 밤늦도록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로 인해 퇴근이 늦어지는 것을 불평하던 젊은 웨이터는 한 잔 더 달라는 노인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를 내보낸다. 함께 있던 나이 많은 웨이터는 동료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도 카페에 늦게까지 남아있길 좋아하는 노인의 마음에 공감한다. 마감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나이 많은 웨이터는 불빛이 꽤 밝은 어느 바로 향한다. 그러나 제대로 닦이지 않은 스탠드를 보는 순간, 한 잔 더 권하는 바텐더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다. "나는 늦게까지 카페에 남고 싶어."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
타샤의 정원 | 타사 튜더˙토바 마틴 | 윌북 정원은 나의 자랑이요 행복의 원천입니다 되도록 자연 가까이에서 하나하나 가꿔나가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려면 듬직한 감나무와 풍성한 꽃나무가 깊게 뿌리내릴 수 있는 너른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 집 뒤쪽에는 텃밭을 일궈 고추나 깻잎, 방울토마토 따위를 심고, 다른 한쪽에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꽃들이 활짝 피고 질 수 있는 꽃밭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마당의 푸르른 잔디밭 한 켠에는 평상을 두어 볕 좋은 날에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 읽는 여유를, 어둠이 깔리면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밤새 누군가와 수다 떨고 싶다. 무엇보다 듬직한 반려견들이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아주 가끔은 먼저 떠나간 녀석이 떠올라서 코끝이 찡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이런 바람..
言えないコトバ(하기 힘든 말) | 益田ミリ | 集英社 ‘그 말’이 하기 힘든 건, 왜지? 말의 저편에 웅크린 미묘한 여자 심리, 시원하게 콕 집어주는 마스다 미리의 솔직담백한 고백! 일상에서 스쳤던 소소한 감정들이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되살아나곤 한다. 스스로의 소심함에 적잖이 당황했던 경우가 주로 그렇다. 그때마다 나는 재빨리 다른 생각 혹은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그것을 대개는 감추고 싶어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찰나에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에 대단히 솔직하다. 그리고 그것을 담백한 글로써 고백한다. 이번에 읽은 『言えないコトバ, 하기 힘든 말』에 「いくら気をつけていたところで、普段使っているコトバって、あらゆるところから滲み出てくるもの。(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평소 쓰는 말은 온갖 곳에서 스며 나오는 것.)」ーつかえない (p.147) 이라는 ..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 민음사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페미니즘의 정전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여권 신장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어만 보인다. 성적 불평등을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들은 여전히 빈번하고, 그 마저도 편 가르기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인 것이다. 심지어는 무관심과 방관, 회피로 일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니.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던 것을 토대로 한 『자기만의 방』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유랄 수 있다. 이를테면, 삶을 향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지침서가 돼 주는 것이다. 그 안에서도 여성에게는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단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