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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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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파트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천재화가의 신비로운 삶과 마지막 그림에 남긴 촌철살인의 메시지! 더없이 간절했던 아버지의 사랑, 더없이 사악했던 연쇄살인마의 복수! 극작가 가스파르 쿠탕스와 전직 형사 매들린 그린은 임대 회사의 실수로 인해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머물게 된다. 마침 그 집은 일 년 전 사망한 천재 화가 숀 로렌츠가 지내던 곳으로,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화가의 자취는 그들을 자연스레 하나의 사건에 몰두하게 만든다. 이맘때쯤이면 의례히 기욤 뮈소의 신작을 만나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파리의 아파트』를 통해 기욤 뮈소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신작은 기존 소설에서 보여줬던 로맨스나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스릴러적인 측면을 한층 강화한 인상이다. 동시에 심장병으로 거리에서 쓰러져 죽는 순간까지 납치된 아들(줄리안)을 찾아 ..
즐거운 일기 | 최승자 | 문학과지성사 방법적 비극, 그리고 ―――― 최승자의 시 세계 이따금 최승자 시인의 시를 떠올린다. 첫 시집이었던 『이 시대의 사랑』의 시들이 그랬다. 온통 비극뿐인 세계 안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 분노하고 발악하며 때론 냉소적으로 ― 강단 있게 맞서 나가는 모습에서 묘한 힘을 얻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뇌리에 박힌 이래로 쭉 그래 왔다. 작년에 펴낸 『빈 배처럼 텅 비어』의 시들도 곱씹어 읽어 보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초탈한 인간보다는 사투하는 인간형이 더 매력적이고 훨씬 끌렸으므로 첫 시집에 유독 손이 갔던 것이리라. 그래서 이번에는 1984년 발간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 『즐거운 일기』를 펼쳐 보았다. 역시나 시인의 젊은날에 쓰인 시들은 최근작에 비해 한층 호기롭게 절망을 마주한다. 비극의 절정에서 한결 빛을 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 을유문화사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 건축물과 거리,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축가의 인문적 시선이 흥미롭다. 나 역시 건축물과 도시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 걷고 싶은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거리는 높은 이벤트 밀도와 낮은 공간의 속도를 특징으로 하는 것에 반해, 테헤란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p.40)'가 된다는 것의 실례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벤트 밀도는 다소 떨어지나 속도가 느린 덕수궁 돌담길 역시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 중 하나랄 수 있다. 그 이유를 저자는 안전에서 찾는다. 담장과 보안은 사람들로 하여금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마음 놓고 거닐 수 있는 여유..
디어 라이프 | 앨리스 먼로 | 문학동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단편 작가, 우리 시대의 체호프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걸작! 작년 이맘때쯤 앨리스 먼로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읽고 감탄했던 그 여운을 되도록 오래 담아두고 싶었다. 더욱이 절필을 선언한 그녀이기에 한정된 단편들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마지막 단편집인 『디어 라이프』를 곁에 두고도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빙빙 두르고 둘러 오늘이 왔다. 그녀의 짧지만 긴, 은은하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었으므로. 그렇게 하루 한 편씩, 이 주간에 걸쳐 읽었다. 역시나 두 말할 필요 없이 예찬할 수밖에 없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이 이루는 앨리스 먼로의 세계는 자칫 무미해 보이지만, 그 어느..
끌림 | 이병률 | 달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 이야기 일상의 경계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과 풍경에 대한 김병률 시인의 감성을 좋아한다. 그 첫 시작은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했던 여행 산문집 『끌림』이었다. 이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을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교보에서 리커버 에디션으로 재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시 읽어도 보고 소장도 할 겸 구입해 보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끌림』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끌렸다. 이전의 나는 조금 더 젊었고,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호기심으로 꿈틀댔다.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갈구했고 그것은 혼자서 떠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므로 그 시기의 『끌림』은 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