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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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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못 하고 끝난 일 | 요시타케 신스케 | 한겨레출판 못하는 일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는 그림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결국 못 하고 끝난 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곤란하고 어려운 일에 대한 고백인 셈이기도 해서 그 솔직함이 귀엽기도 하고 때때로 나 같은 사람이 여기 있었네, 싶은 동질감을 느끼게도 한다. 가령 생선 요리를 먹을 때 초고난위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라도 된 듯, 가시와의 사투를 벌이곤 하는 나의 서툰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일이 그것. 이 외에도 그가 털어놓은 이런저런 이야기들 안에서 새삼 한 인간이 자기라는 사람에 대하여 진지하게 마주하는 모습이 건강해 보여 보기 좋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서투름을..
애틋하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 | 요시모토 바나나(글)∙수피 탕(그림) | 한겨레출판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처럼 포근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림 에세이 남녀가 만나 연인이 되고 결혼하여 부부가 된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다. 그 거듭된 과정 안에서 우리는 존재해 왔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단연코 사랑의 힘이었으리라. 요시모토 바나나가 글 쓰고 수피 탕이 그린 그림 안에서 그것을 새삼 깨닫는다. 지난날 아픈 엄마를 대신해 장을 보고 밥을 해주던 아빠의 모습은 그때 자주 해주셨던 진한 된장국의 맛으로 남아 있다. 후일 성인이 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도마 앞에 서면 그 시절 아빠가 알려주었던 무 써는 방법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아빠를 추억한다. 한편 자신이 온 세상인 것처럼 꼭 붙어 있던 아이가 훌쩍 성장해 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대견해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어릴..
요코 씨의 말 1 - 하하하, 내 마음이지 | 사노 요코 | 민음사 심각한 고민도 어느새 훌훌 털어 버리게 만드는 사노 요코의 속 시원한 그림 에세이 시바견 잡종 강아지로 알고 데려와 함께 지냈는데, 커갈수록 닥스훈트의 짧은 다리를 지녔다면..? 이럴 때 반려인은 예상치 못한 외형에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다. 교감을 쌓으며 이미 한 가족이 된 마당에 겉모습이 무슨 소용이랴. 그저 존재 자체로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이외에도 사노 요코만의 솔직 담백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들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새삼 그녀의 거침없고 명쾌한 이야기에 반할 수밖에 없었달까. 더욱이 정감 가는 그림이 더해져 보다 생생하게 요코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애정은 가까이에 있는 존재를 아끼는 데에서 생겨난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 시공사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나 감정 따위를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골몰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이 마음을 더없이 잘 설명할 단어가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품고서 말이다. 그런 까닭에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에서 소개하고 있는 단어들은 낯설지만 적당한 단어를 찾아 헤매던 우리의 마음을 번뜩이게 해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아가 각기 단어들이 품고 있는 의미가 언어의 벽을 넘어 저마다의 가슴속에 슬며시 와닿는 순간을 고대하게도 만든다. 덕분에 마음을 표현하고 전할 수 있는 초면인 단어들과의 만남 안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느꼈다. 온 마음을 다하면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메라키’라는 개념은, 그리스인들의 사려 깊은 열정과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그들의 문화..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강진이 | 수오서재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 삶을 수놓은 행복과 감사를 채집하는 그림일기 안온하게 감싸 주는 이 기분은 무얼까. 강진이 작가의 글과 그림을 만나보면서 내내 그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행복을 알아채고 감사할 줄 아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그녀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정성껏 그리고 쓴 그림일기 안에서 나 역시도 평범한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새삼 일깨우며 따스함을 양껏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이 모든 아름다움에 감사해(p.211)”야지. 눈부신 오후에 누리는 여유로움에 감사하다. 잠깐의 산책도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 즐기는 강아지 달님이에게, 서로 믿고 의지하며 무럭무럭 힘을 내 자라는 빨간 담쟁이에게, 풀 한 포기를 사랑으로 바라보..
전쟁일기 ::우크라이나의 눈물 | 올가 그레벤니크 | 이야기장수 이것은 수백만 평범한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순간에 생활터전을 잃고 피난에 나서야만 했던 작가는 고백한다. “내 인생 35년을 모두 버리는 데 고작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p.86)고. 그렇게 한순간에 일상의 고요를 깬 폭격은 우크라이나인들을 공포와 절망에 몰아넣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아이가 있는 작가는 피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아이들 팔에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적고 역시 혹여 모를 불상사를 생각하며 자신의 팔에도 적어 둔다. 또한 연로한 나이 때문에 피난하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조부모와 그들을 위해 남겠다는 엄마, 또한 계엄령으로 국경 밖으로 피난할 수 없는 남편과의 이별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때의 심정이란 어땠을까, 감히 헤아리기 조차 힘든 절..
내가 빛나는 순간 | 파울로 코엘료 | 자음과모음 영원한 여행자이며 히피, 파울로 코엘료 에세이 삶이 지우는 온갖 어려움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은 결국 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때때로 자신을 홀대하고 몰아붙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히곤 하는 사람들… 실은 더욱 아끼고 다독이며 감싸 안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신을 향한 사랑에 서투른 까닭이리라.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그런 이들에게 짤막한 글로써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띄운다. 그리하여 저마다의 ‘내가 빛나는 순간’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는 “인생이란,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긴 순롓길”(p.69)에 비유한 바 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길이 낯설어 불안하고 초조하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때때로의 암흑에 ..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팔러 | 사계절 0세에서 100세까지 100장면으로 보는 인생의 맛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갈 모두의 보편적 인생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가만히 살아온 날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펼쳐질 나날에 대하여 상상해본다. 그 짧지만 깊었던 순간이 정말이지 소중했다. 『100 인생 그림책』을 넘기다가 인생의 중반인 50에 이르렀을 때, 어린 딸은 제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엄마는 나이가 지긋해져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엄마 손을 꼭 잡고 셋이 함께 나아간다. 그리고 쓰여 있다. “인생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어. 누군가 너를 끌어주고 있니? 누군가 너를 밀어주고 있니?”라고. 다가올 나의 오십에는 곁에서 나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이 두 가지 큰 힘만 있어도 충분히 순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