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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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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우주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 프시케의숲 경이로운 우주에 관한 서정적이고 찬란한 51가지 사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의 가능한 모든 것들에 대하여 말한다. 그야말로 ‘우아한 우주’의 이야기랄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 그 적확한 사실에 대한 기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한 놀라우리만큼 서정적이고도 낭만적인 접근 방식에 있다. 더불어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우주를 향한 경이로운 탐구의 여정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모든 생명체들과 그들의 터전인 자연, 나아가 우주가 품고 있는 이 모든 사색이 정말이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우아한 우주』가 그것을 깨닫게 한다. 태양계 천체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움직이는지 잘 (혹은 대충이라도) 알기 전까지는 그들의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찰리 맥커시 | 상상의힘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놀라운 창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이따금 떠올린다.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혹시 놓치고 있는 게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찰리 매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는 그와 같은 고민들로 골몰하는 우리 각자가 투영돼 있어 시선을 끈다. 그 가운데 서로에게 작은 용기를 건네는 모습 안에서 자연스레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에게 해주고픈 말들을 마주하게도 한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신뢰하는 일의 소중함 역시도 깨닫게 한다. 마음을 데우는 글과 그림이 사랑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때때로 네게 들려오는 모든 말들이 미움에 가득 찬 말들이겠지만, 세상에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이 있어.” 소..
너무 애쓰지 말아요 | 이노우에 히로유키 | 샘터사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하려다 지쳐가는 당신 당신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30가지 마음 처방전 위로가 절실한 순간이 있다. 그런 때에 마음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가 다가와 따스이 손 잡아준다면, 곁에 앉아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 준다면 그보다 더 큰 위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지친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줄 누군가가 매 순간 존재하기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홀로 이 세계 어딘가에서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끙끙대는 이들을 위한 책도 필요한 것이리라. 『너무 애쓰지 말아요』가 바로 그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겠다. 나만 해도 기대 없이 펼쳐 들었는데,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흡사 내 마음 한구석을 들키기라도 한 듯 잠시 울컥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당신은 지금 모습 그..
책 좀 빌려줄래? | 그랜트 스나이더 | 윌북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 서점 가는 것을 즐긴다. 빼곡하게 늘어선 책들의 모양새가 사랑스럽다. 그리고 펼쳐 보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런 설렘이 언제나 나의 시선을 책으로, 책이 가득한 서점으로 발걸음 하게 하는 것이리라. 여느 날처럼 서점에서 표류하다 발견한 『책 좀 빌려줄래?』. 아주 큼지막한 책장을 배경으로 거기 맨 밑칸에 한자리 차지하고 나른하게 엎드려 자고 있는 고양이와 그 앞에 앉아 책을 읽는 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책 읽기 딱 좋은 평온함과 안온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부제는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나 역시 그 즐거움에 매혹된 사람 중의 하나라서 그 안의 카툰이 몹시도 궁금해질 수밖에. 돌이켜 보면, 책은 내게 어느 순간에도 결단코 배신하..
친구에게 | 이해인(글)·이규태(그림) | 샘터사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마음으로 그리움 담아 전하는 글 이해인 수녀가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해 온 우정에 대한 글을 모으고 여기에 새로이 쓴 글을 더해 한데 엮은 책, 『친구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한창인 요즘이어서 한결 애틋하게 다가오는 글들이다. 더욱이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친구와의 추억을 상기하게 하는 서정적 그림이 보태져 한층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운다. 때때로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고 서야 소중함을 깨닫고는 하는데, 이 힘든 시기가 꼭 그 연속인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면 그동안 어떠한 의심도 없이 누려온 일상의 모든 것들이 전복돼 버린 지금이야말로 소중히 대해야 했음에도 소홀히 했던 것들을 그러모아 다시금 품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인지도 모르겠다. 그 중의 하나가 아끼는 ..
나와 개의 시간 | 카예 블레그바드 | 콤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치유의 시간 ‘이것은 블랙독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p.5)로 시작하는 『나와 개의 시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올려다보는 두 눈망울에 어린 꼿꼿함이 아무래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어떻게든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하지만 나에게도 나의 사정이 있듯이 녀석에게도 녀석만의 사정이 있으리라. 그렇기에 서두르지 말고 조심스럽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부터. 블랙독을 통해 마음 안의 우울에 대해여 말하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우울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상 속 흔한 감정임에도 유독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흔히 마음의 병으로 불리는 우울증이 그것. 가벼운 감기 정도라면 며칠 앓고 나면 씻은 듯이 나을..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수지 홉킨스∙할리 베이트먼 | F(에프)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딸은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 엄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날을 상상해 본다. 늘 곁에서 자신을 지탱해 주던 엄마라는 소중한 존재가 사라진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딸은 슬픔과 두려움 너머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훗날 엄마가 죽은 뒤에 자신이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드려 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엄마가 적고 딸이 그려 완성한 그래픽 에세이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의 시발점이다. 시작은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에서부터다. 이후 세상을 떠난 지 하루, 이틀, 사흘…이 어느새 320일, 550일을 넘어 2만 일에 이른다. 그렇게 엄마가 떠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딸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엄..
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 | 가나출판사 김혜남의 그림편지 스마트폰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를 표현한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던 저자가 파킨슨병을 앓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그 과정 안에서 자신의 힘들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삶 속의 작은 기쁨과 그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어가고자 했던 나날의 기록에 다름없다. 그렇기에 아픈 몸으로 인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는 날들 안에서 희망을 보고자 했던 그녀의 의지와 신념의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등 뒤에 자기만의 짐을 짊어지기 마련이다. 모양, 크기, 무게, 그 성질도 제각기여서 누구의 짐이 고된 것인지 함부로 재단하기 어렵다. 그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짐을 들쳐 메고 나아가고자 분투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