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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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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쉬어 갈게요 | 보담 | 더테이블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한동안 기승이던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결을 느낄 적이면, 비로소 안도의 숨이 나온다. 매 해 나는 그렇게 가을을 기다린다. 그러므로 누군가 나에게 어떤 계절이 가장 좋냐는 질문을 한다면 주저 없이 가을을 꼽으리라.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무덥지도 혹독하게 춥지도 않은 그 선선함이 주는 상쾌함을 잊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다시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라면 어째서 봄일 수는 없는 거냐고. 오히려 온갖 생명력이 태동하는 파릇한 봄이 더 경이롭지 않느냐고. 확실히 일리가 있다. 더욱이 봄에는 어찌 됐든 새로이 출발할 수 있으리란 어떤 마법의 기운이 확실히 감도는 듯도 하니까. 그러나 그 신비에 가까운 힘이 나에겐 설렘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 송정림 | 꼼지락 쉼표를 전하는 작가 송정림이 전하는 참 예쁜 우리들의 시행착오 서점에 가면, 제목만으로도 지금 내 심정을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책들이 여럿 눈에 띈다. 매우 이성적이다 못해 시니컬한 대부분의 날에는 그런 말 몇 마디로 해결될 일이냐며 내심 묘한 반발심을 일으키곤 하는데, 그러면서도 때때로 그런 책들 앞을 서성이며 기웃거리는 자신을 문득 알아채고는 열 쩍어 하는 날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라도 읽은 책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역시나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팔 할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던 책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그중의 하나가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시리즈였는데, 저자 개인의 경험이나 주변 사람들의 일화에서 가져온 담백한 이야기들이 살며시 미소 짓게도 하고..
숲강아지 | 낭소 | arte 낭소의 몽글몽글 그림 에세이 ‘몽글몽글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숲강아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파스텔 톤의 포근한 그림들이 마음 한 켠의 시린 곳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림 사이사이 짤막한 문장들은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보통의 나날들 안에서 소소하게 느껴왔던, 그리고 멀리 떠나보낸 이후로는 일상의 빈자리를 절감하며 수시로 느껴오고 있는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마치 우리 얘기 같아,라고 공감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 안에서 때론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휑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숲강아지』는 내게 감동스러운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였다. 그림 속의 강아지는 주인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그것에 보답이라도 하려 듯 늘 주인 곁에..
다시, 봄 |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 | 샘터사 봄에 떠난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보내는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 『다시, 봄』은 1월에서 12월까지 각기 계절에 어울리는 영미시들을 소개하고, 그 뒤에선 장영희 교수의 해설을 덧붙인다. 더욱이 김점선 화가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그림까지 더해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다시, 봄』 은 작년 봄 출간 당시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구입할까, 잠시 망설였던 책이다. 그러고는 잊고 지내다가, 최근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읽으면서 영미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이 책이 떠올랐던 것.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해설이 곁들여진 시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친숙해질 수 있으면 좋겠단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더불어 관심이 가는 영미 시인이 생긴다면 그의 또 다른 시를 찾아 읽어볼 수 있는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