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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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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 김연수 | 문학동네 사랑 따위는 하지 않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소주를 살 일도, 노래를 부를 일도, 춤을 출 일도 없을 텐데. #. 01 소설의 마지막 문장까지 막 읽고서, '사랑이라니, 선영아'라고 붙인 책 제목의 절묘함에 감탄했다. 어찌 보면,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광수가 내뱉은 대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어서 별스러울 것도 없으련만, 새삼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던 것. 왜일까. 아마도 선영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 사랑을 떠들어 대는 광수와 진우의 모습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고 느꼈던 것 같다. 적당히 진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경쾌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흐름까지도 내포한 제목이라니, 반할 수밖에. #. 02 '사랑'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곧 소설가 김연수가 말하는 사랑론(論)일..
소설가의 일 | 김연수 | 문학동네 오직 '쓰는' 작가, 김연수가 말하는 창작의 비밀 + 신인(新人)의 비밀!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 속 문장이 아닌 문장을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새로웠다. 소설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벽 ― 경외심을 품게하는 문장을 만나는 것과 비례해서 높아져만 가던 ― 에 창문 하나가 생긴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 가로막힘이 더 이상 답답하지만은 않게 된 상태. 그러니까 말하자면, 산문집 『소설가의 일』은 소설가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통로와도 같은 역할의 책이었다. 그 덕에 바라봄의 대상에 한결 친근감이, 흥미로움이 생겼다. 앞으로 읽게 될 문장들이 한층 기다려지기도 하고. 사실 한 달 전쯤 Axt 8호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을 때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소설과 소설가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 문학동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기에 앞서, '작가의 말'을 읽었고, 다 읽고 나서 한 번 더 '작가의 말'을 읽어봤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말, 대부분 다른 사람을 오해한다는 말,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한 때라는 말, 그러므로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 무심결에 읽어 나갔던 것들에서, 이후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고 말았다. 일상에서 내뱉었던 '네 마음을 알아, 널 이해해'라는 말의 무게가 새삼 견딜 수 없이 육중하게 느껴진 탓이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낼 당시의 나는 추호의 거짓 없는 진심을 말한 것이었다고 여태껏 생각해 왔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애당초 가능한 것인지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 문학동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입양아 출신의 카밀라는 양부가 보내온 상자 안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가만히 사진 속 인물들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직감적으로 자신과 친모임을 알아채고, 그동안 묻어두었던 과거를 알아내고자 한국의 진남으로 향한다. 그러나 진실에 다가가려고 할수록 그것을 막아서는 이들의 공세에 밀려, 자신의 친모가 그랬던 것처럼 파도에, 바다에 몸을 내맡긴다. 그런데 그곳에서 지금의 자신보다 어린, 사진 속 열여덟 살 그 모습 그대로의 엄마를 만난다. 뻗은 손끝으로 엄마의 살갗을 매만지며, 그 생생한 감각 안에서 스스로가 다시 태어남을 느낀다. 그것은 진실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그녀 자신의 운명을 자각하는 것인 동시에 앞으로 헤쳐나갈 나날에 대한..
스무 살 | 김연수 | 문학동네 "여기, 내 이십대의 전부가 담겨 있다" 여느 단편 소설집이 그러하듯, 각기 독립된 짧은 글들로 구성됐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 또한 사뭇 다르다. 그러나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때,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글들이 한데 엮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시기를 지나왔는지, 지날 예정인지 혹은 그 한가운데 서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어느 누가 읽더라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는 한 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공통된 정서랄까, 그 여운 탓에 각기 자신들만의 스무 살을 통과하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을 엿보는 일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나의 스무 살도 보태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