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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스무 살 | 김연수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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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여기, 내 이십대의 전부가 담겨 있다"

 

 

 

여느 단편 소설집이 그러하듯, 각기 독립된 짧은 글들로 구성됐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 또한 사뭇 다르다. 그러나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때,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글들이 한데 엮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시기를 지나왔는지, 지날 예정인지 혹은 그 한가운데 서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어느 누가 읽더라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는 한 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공통된 정서랄까, 그 여운 탓에 각기 자신들만의 스무 살을 통과하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을 엿보는 일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나의 스무 살도 보태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 p.9 「스무 살」

 

 

 

#. '스무 살' 이 주는 울림


나이의 앞 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면서, 훌쩍 어른이 돼버린 양, 우쭐대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섣부름을 깨우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던 거 같다. 이를 두고 안타깝다고 표현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지금으로서도 미묘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스무 살이 시작됐다.

되돌아보면, 나의 스무 살은 멋대로 한껏 부풀었던 환상이 엎어져서 도리어 스무 살 이후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시기를 통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외적인 이유였다기 보다는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내보일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내면의 문제였다. 웃고 떠들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 내지는 공허감에 '왜 일까, 뭣 때문일까'를 줄곧 생각하는 고민의 연속이었으니까. 물론 그런 스무 살 안에서 나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었던, 말하자면 내면 성장의 시기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찌 됐든 아쉬움은 남는다. 이게 진심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가고 싶다 느니 하는 건 아니다. 그때 그 시기를 함께 해주었던 모든 것 - 지금은 그 흔적조차 희미해져 버린 것들까지도 포함해서 – 이 내 안에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유다. 애써 그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생각도, 그럴 필요도 없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서툴고 솔직했던 그 모든 것이 스무 살에는 더없이 잘 어울렸을 테니. 

그저 어디에선가 그것들이 존재만 하고 있다면, 그리고 서로에게 잊혀지지만 않는다면 좋겠다.

 

 

 

생에서 단 한 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별들처럼 스무 살, 제일 가까워졌을 때로부터 다들 지금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따금 먼 곳에 있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 말 역시 우스운 말이지만,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모두들.    - p.44 「스무 살」

 

 

 

 

 

스무 살 - 8점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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