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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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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 김훈 | 문학동네 세상에 맨몸으로 맞선 청년들의 망설임과 고뇌, 그리고 투신 짧기에 더욱 강렬했던 그들의 마지막 여정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p.166)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동양 평화’의 대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소설 『하얼빈』은 그 역사적 순간을 향한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짧고도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이는 작가의 간결하고도 절제된 문장을 통해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는데,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투신했던 안중근의 결연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대한국인 안중근과 천주교에 입교한 신앙인 안중근이라는 상충된 가치로 말미암은 고민과 망설임,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연필로 쓰기 | 김훈 | 문학동네 연필은 나의 삽이다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세월의 풍파를 거쳐온 노작가의 사람과 사회를 향한 지극한 관심이 『연필로 쓰기』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선보였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산문들을 만나며, 연륜에서 나오는 혜안과 통찰력에 한 번, 문장과 문장 사이에 깃든 화해와 포용의 씀씀이에 두 번 감탄했다. 그야말로, 삶을 향한 애정 없이는 쓰일 수 없는 글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작가는 앞서 알림을 통해 밝힌 ‘나는 삶을 구성하는 여러 파편들, 스쳐 지나가는 것들, 하찮고 사소한 것들, 날마다 부딪치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생활의 질감과 사물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을 구태여 골몰하고 정리하여 원고를 써내는 행위가 얼마나 고된 일일지 감히 헤..
공터에서 | 김훈 | 해냄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20세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와 그 아들들의 비애로운 삶! 1920년대부터 1980년대, 한국 현대사는 유례없는 격동의 시기였다. 소설 『공터에서』는 그 혼란과 분열, 갈등의 비극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마씨 집안의 가족사를 담고 있다. 집안의 가장 마동수와 그의 두 아들인 마장세, 마차세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당당히 맞서기보다는 차라리 무기력하다. 처해진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애써 외면하기, 혹은 순응하는 일만이 고작인 인생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겪는 삶에 대한 부대낌은 상처와 허무만 남기고,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질긴 운명 앞에 굴복하는 것말고는 다른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
남한산성 | 김훈 | 학고재 그해 겨울, 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인조 14년인 병자년(1636) 12월 초, 청의 칸(누르하치의 여덟째 아들 홍타이지)은 직접 대군을 몰고 조선을 침략한다. 이에 조선 왕은 세자와 함께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그러나 청군에 포위당한 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다음 해인 1637년 1월 30일 삼전도에서 항복한다. 병자호란의 이야기다. 장편소설 『남한산성』은 그 47일 간의 고요하지만 몹시 치열했던 병자년의 기록이다. 조정 신료들은 나라의 앞날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다. 끝까지 청에 맞서야 한다는 척화신 김상헌과 화친 후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화파 최명길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이 둘 사이에서 인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