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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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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쇠락한 작은 마을, 베어타운 가슴에 곰을 품은 사람들의 좌절과 용기, 눈물과 감동으로 얼룩진 단 하나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 이제 막 베어타운을 벗어나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베어타운과 그곳 사람들 틈에서 며칠 밤낮을 분노와 좌절, 기대와 감동의 어느 사이를 분주히 헤매며 돌아다녀야 했으므로. 그 숨 가빴던 시간들을 돌이켜 봤을 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진부해서 시시하다고… 너무도 작위적인 게 아니냐고 곧잘 불평하기도 했지만, 그곳 사람들에게 하키가 ‘초월을 느끼는 몇 번의 순간들’(p.205)을 위하여 제 몸을 기꺼이 내던지는 인생에서 놓아버릴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듯, 우리 삶에서 희망을 제한다면 도무지 살아갈 의미가 무에 있으랴. 우리 모두는 그 순간을..
세바스티안과 트롤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a little story about how it feels 세상과 단절된 채 유리 공 안에서 사는 세바스티안이 트롤을 만나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는 치유 이야기, 『세바스티안과 트롤』 . 무엇이 아이를 좁은 유리 공 안에 있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린 거라고 혹은 뭔가 끔찍한 일을 당한 거라고 짐작하며, 그 이유를 찾기에만 급급한다. ‘그래야 그를 이해할 수 있고 어쩌면 고칠 수 있기 때문’(p.9)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세바스티안은 그런 반응들에 외려 압박감을 느끼고 피곤함을 느낀다. 불안해한다. 이에 트롤은 가만히 손 내밀며 “네가 얼마나 슬픈지 알아”(p.21)라는 말로 세바스티안을 위로한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금 이대로의 너..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 문학동네 침묵과 리듬의 글쓰기 명료한 언어로 포착해낸 전 생애의 디테일 두 장으로 나뉜 이 소설의 첫 장은 노르웨이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요한네스의 출생의 순간을 묘사한다. 혹여 출산하는 동안 어떤 문제라도 생기지는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곧 태어날 자식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한 남자(올라이)의 독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한 생명이 맞이하고 있는 생의 아침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장에서는 장성한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노년의 요한네스를 그린다. 아내와 절친했던 친구를 앞서 보내고, 이제는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생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저물어 가는 생의 저녁에 자연스레 비유될 수 있겠다. 한편 이 이야기는 마침표 없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문장..
일생일대의 거래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당신이 영원히 지워진다면… 가족의 방문 앞에서 10초쯤 망설여본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사회적 성공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남자는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죽음 앞에서 일생일대의 거래를 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삶 도처에 마주한 갈림길 위에서 우리는 늘 내디딘 그 길이 곧기를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혹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후회하고 마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그저 운이 지독히도 나빴던 탓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 없는 불가항력의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우리의 명백한 오판의 결과였다. 나는 여기에서 우리 삶에 우선순위가 필요한 연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 하나만 명확해져도 최소..
스노우맨 | 요 네스뵈 | 비채 "우린 저 눈사람 안 만들었어요. 그런데… 왜 눈사람이 우리 집을 보고 있어요?" "오슬로에 첫눈이 오는 날, 스노우맨은 아이가 있는 유부녀를 살해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남편과 자녀가 있는 푸른 눈의 여성이다. 그리고 대부분 11월과 12월의 첫눈이 내린 날에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피해자 수만 1년에 한 명씩 열한 명이나 된다. 그런데 1992년 베르겐 사건에서 처음으로 실종자가 두 명으로 늘어난다. 지난 몇 년간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의 뒤를 캐고 있는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의 해리 홀레 반장. 어느 날 그의 우편함에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