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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일생일대의 거래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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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당신이 영원히 지워진다면…
가족의 방문 앞에서 10초쯤 망설여본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사회적 성공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남자는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죽음 앞에서 일생일대의 거래를 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삶 도처에 마주한 갈림길 위에서 우리는 늘 내디딘 그 길이 곧기를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혹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후회하고 마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그저 운이 지독히도 나빴던 탓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 없는 불가항력의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우리의 명백한 오판의 결과였다. 나는 여기에서 우리 삶에 우선순위가 필요한 연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 하나만 명확해져도 최소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만은 하지 않으리라 여기면서. 그러나 그 우선순위가 늘 동일할 순 없다는 데에 딜레마가 있다. 이를테면 『일생일대의 거래』 속 남자가 그랬듯, 한창 젊었을 때는 개인의 성취와 성공을 우선시하다가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에 눈이 뜨인다고 해도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니. 그렇기에 소설 속 남자가 밟아온 삶의 전철, 그 후회의 전모를 전연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외려 공감의 부분이 한결 크게 와닿기도 하는데, 그것은 소설 속 남자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 삶 속에 깃든 불확실성을 모르지 않은 연유리라. 한편 남자가 응한 일생일대의 거래 안에서 한 가지 만은 분명해진다. 평소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무엇을 삶의 최상위 가치로 상정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쉬움이 손톱만큼도 남지 않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겠으나, 적어도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길 누구라도 바라 마지않을 진대, 이것이 불완전한 존재가 나아갈 삶이 지니는 모든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부절히 스스로에게 질문해야만 하는 이유리라.

책을 덮은 지금, 문득 한 가지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그것은 곧 이 세계의 어느 누구도 나란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일 테고 나아가 입때껏 살아온 나란 존재를 둘러싼 모든 것과의 연결고리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짤막한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서 까지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것,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 우리 각자의 이야기로 확장됨에 의미가 있다.

 

 

모든 부모는 가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쯤 그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거다. 그저 숨을 쉬고, 온갖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를 그러모으면서.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숨 막히는 부담감을 달래며. 모든 부모는 가끔 열쇠를 들고 열쇠 구멍에 넣지 않은 채 계단에 10초쯤 서 있을 거다.    - p.34, 35

 

 

 

 

 

일생일대의 거래 - 6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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